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文, 역대 대북특사 총투입…한반도 대화 복원 드라이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대북·안보라인개각 ◆

매일경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오른쪽)이 지난해 6월 이희호 여사 서거 당시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가운데)과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낸 조화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통일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북특사' 그리고 '중량급 정치인'. 3일 문재인 대통령의 2기 대북·외교안보팀 인선을 관통하는 화두는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집권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대북·외교안보팀 인적 쇄신을 단행하며 궤도를 벗어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문 대통령은 21대 총선 압승을 이끈 이인영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4선)에게 대북정책의 운전대를 맡기며 꽉 막힌 남북관계를 돌파하라는 임무를 줬다. 또 남·북·미 간 고위급 막후 조율을 맡았던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대북·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내정했다.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 동시에 미국 대선 이전 3차 미·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더욱 구체화한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 대통령외교안보특보 등 남·북·미 협상의 막전막후 핵심 플레이어로 자신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특사들을 대거 투입해 집권 후반기 대북정책의 승부수를 띄웠다.

매일경제

통일부 장관에 발탁된 이인영 후보자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을 역임한 '86그룹' 대표 정치인이다. 이번에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로 돌아온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이다. 전대협 1·3기 의장이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보좌하는 핵심 그룹을 형성하게 됐다. 이 후보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했고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인사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평화의 문이 닫히기 전에 다시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임명 절차에 임하겠다"며 소감을 발표했다. 이어 "우리가 다시 평화로 가는 오작교를 다 만들 수는 없어도 노둣돌 하나는 착실히 놓겠다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정원장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서훈 내정자는 30여 년 간 국정원에 재직하며 다섯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2000년에는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와 함께 중국에서 북측과 협상을 벌여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기여했다. 분단 후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두 주역이 20년 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으로 다시 손발을 맞추게 된 셈이다. 이날 서 내정자는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 들어 남북 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있었지만 최근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하되 때로는 담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동맹인 미국과는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김대중의 대북특사'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정보당국 수장으로 발탁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북한이 중시하는 선대(김정일 국방위원장)와의 인연을 가진 78세의 '대북통' 정치원로에게 국정원을 맡겨 남북, 미·북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임무를 부여받은 임종석 전 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은 문재인정부 전반기 남북·한미 대화 조율을 도맡았던 핵심들이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남·북·미 대화의 결정적 국면에 언제든 투입할 수 있는 '리베로'로 삼았다.

이번 대북·외교안보팀 개편이 한반도 정세 개선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긴장 수위를 조절하며 남측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북한이 이번 인사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다만 야당 등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미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역임했던 인사들을 또다시 중용한 것을 두고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 대북·외교안보팀이 구체적인 남북 협력 모델을 제시해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가) 우선 비핵화와 남북 협력이라는 두 목표가 상호보완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큰 그림을 정한 다음 그에 걸맞은 구체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 북측에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통일부 장관 등이 지나치게 남북관계 개선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당당한 처신을 주문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1964년생, 충북 충주 △고려대 국어국문학 학사·정보통신학 석사 △고려대 총학생회장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초대 의장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대위 상임공동선대본부장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 △제17·19·20·21대 국회의원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1953년생, 서울 △서울대 교육학 학사·동국대 정치학 박사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대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국가정보원 대북전략실장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대위 안보상황단장 △국가정보원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1942년생, 전남 목포 △단국대 상학 학사 △신민당 민주당 통일국제위원회 부위원장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비서실 실장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한반도평화안전보장특별위원회 위원장 △국민의당 당대표

정의용 대통령외교안보특보

△1946년생, 서울 △서울대 외교학 학사 △외무고시 5회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 △17대 국회의원 △문재인 대통령 후보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 단장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임종석 대통령외교안보특보

△1966년생, 전남 장흥 △한양대 무기재료공학 학사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 △16·17대 국회의원 △서울시 정무부시장 △대통령비서실장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

[김성훈 기자 / 연규욱 기자 / 최예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