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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DJ 특사’ 박지원 깜짝 발탁… 20년 전 ‘6·15 주역’ 전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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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외교 라인 2선으로 후퇴 /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기여 / 서훈 내정자도 당시 비밀협상에 관여 / ‘대북송금사건’ 인사청문회 쟁점 전망 / 대북 대화파 내세워… 美와 마찰 우려 / ‘文의 복심’ 임종석 안보특보 역할 주목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에서 박지원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과 오찬에 앞서 환담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대북대화파를 전면에 내세운 외교안보라인 개편을 단행한 것은 집권 후반기를 맞아 남북,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영원한 DJ(김대중 전 대통령)맨’인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내정한 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인사였다.

박지원 후보자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자리를 놓고 문 대통령과 치열하게 경합했다. 2016년 총선 때는 ‘문재인 비토론’을 확산시키며 안철수 국민의당의 호남 싹쓸이를 만들어냈고 2017년 대선에서도 안철수 후보를 지원했다. 이런 과거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선택한 것은 그의 대북 경험과 정무적 판단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박 후보자는 2000년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밀사로 파견돼 중국 베이징에서 송호경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비밀협상을 갖고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박 의원과 함께 비밀협상을 이끈 인물이 서훈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5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박 후보자의 안부를 물은 일화도 있다. 박 후보자는 그 뒤에도 국회의원 신분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등 북한과의 채널을 계속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그해 9월 평양정상회담에 문 대통령 특별수행원으로 자리했다.

박 후보자는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 직후 이뤄진 대북송금 특검 과정에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북한에 4억5000만달러를 불법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 옥고를 치렀다. 인사청문회에서 이 부분이 쟁점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미래통합당 최형두 대변인은 “대북송금사건 특검 수사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장본인인데 그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면 이제 북한에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도와주라는 것을 문재인정부가 승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을, 국가안보실장에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내정한 건 북한과 미국에 대화 메시지를 던지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그간 여권에서는 청와대 내에서 외교관 출신들이 주축이 된 세력들이 대미외교를 중시하면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같은 대북사업 추진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과 서훈 국정원장 등이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려 했지만, 대미외교 라인들에 밀려 번번이 좌절됐다는 얘기도 돌았다.

외견상 이번 인사에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 대표되는 대미외교 라인이 2선으로 물러나고 서훈 내정자로 대표되는 대북대화파가 전면에 배치됐다. 향후 서 내정자가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현안을 총괄하면서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조치를 견인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론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에 임명된 점도 주목된다. 임 특보는 북한이 가장 신뢰하는 인사다. 문재인정부 초대 비서실장으로서 문 대통령과 함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밑그림을 그린 만큼 남북, 외교·안보 현안에서 문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임 특보가 평양을 방문해 남북경색 국면을 타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용 실장을 또 다른 외교안보특보에 임명한 것은 이 과정에서 미국과 빚어질 수 있는 마찰을 관리하려는 취지라는 해석이다.

세계일보

임종석(좌), 정의용(우)


◆박지원 후보자는

박 후보자는 미국 망명 중이던 DJ를 만나 정치계에 입문했다. 2002년 김대중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냈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전남 진도 출신으로 미국에서 사업으로 자수성가했다. 14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 정치적 우여곡절 속에서도 4선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청와대의 인사발표 후 페이스북에 “후보자로 임명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께 감사드리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하염없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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