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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외교안보 ‘핵심’ 물갈이…남북관계 ‘복원 페달’ 밟겠다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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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박지원 ‘투톱’ 세워 과감한 대북정책으로 관계 진전 노려

북·미 대화 재개 여건 조성에 주도적 역할 포석도…실효 미지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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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 밝히는 신임 국가안보실장 서훈 신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3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인사 소감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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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의 외교안보라인 재편이 3일 이뤄졌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등 외교안보 핵심 요직의 수장을 교체함으로써 집권 후반기 대외정책 방향을 재정비하는 의미의 인사다.

이번 외교안보라인 재편의 가장 큰 특징은 남북관계를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점이다.

서훈 안보실장 내정자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대북 카운터파트인 북한 통전부와 소통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물밑에서 조율해온 인물이다.

4선 원내대표 출신의 이인영 의원을 통일부 장관에 발탁한 것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에게 남북관계 주무 부처를 맡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남북관계를 창의적으로 과감하게 풀어달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

여당 소속도 아닌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국정원장으로 선택한 대목에서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하게 드러난다. 박 내정자는 오랫동안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해온 경험과 빠른 상황 판단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가 국정원장에 발탁된 직접적인 이유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으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성사 등 남북관계에 깊이 관여해 대북업무에 밝고 북한에서도 거부감이 없는 인사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간 연구기관의 한 안보 전문가는 이번 인선에 대해 ‘가속페달 밟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미 대화가 끊기면서 문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정착 작업이 좌초 위기에 빠지고,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관계도 평창 올림픽 이전으로 돌아간 상태”라며 “이 상황에서 정부는 현재 상황 관리나 방향 전환을 택하지 않고 기존 방향으로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을 각각 대통령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한 것에서도 이 같은 의중이 드러난다. 이들은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아는 참모로 국정자문, 대외홍보 등의 역할을 맡으면서 필요시 대북·대미 특사로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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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편을 통해 문재인 정부 후반기 외교안보 정책 방향은 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대선으로 당분간 북·미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북핵 문제도 진전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서훈·박지원 ‘투톱’을 내세워 과감한 대북정책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나아가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정착 프로세스가 중단되고 대북정책이 길을 잃은 상태이긴 하지만,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평화정착이라는 정책적 방향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과도 같은 것이어서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시도하려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응하지 않고 있어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한 ‘체제 위협요소 제거’에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 진전과 교류 확대 등에 대해서는 정책적 집중도가 떨어진다. 북한은 특히 최근 강도 높은 대남 공세를 통해 ‘4·27 판문점선언을 전면 이행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냈기 때문에 이른 시기에 남북관계가 풀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한 정부가 향후 남북관계에 가속페달을 밟으려는 과정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조율’이라는 측면에서는 긴장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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