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사의 마지막 관문으로 흔히 ‘밀실 심사’라고 불리는 예산안 조정소위 심사도 정성호 예결특위 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 5명만으로 진행됐다. 정 위원장이 “개별적 예산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막판까지 전례 없는 규모의 ‘쪽지’ 민원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추경을 위해 무려 23조6000억 원의 적자국채가 발행되는데도 국민이 지게 될 부담에는 아랑곳없이 자기 지역구의 이익만 챙기려 한 것이다.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안기게 될 추경이지만 경기부양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으면 해야 한다. 그러나 예산항목을 보면 경기부양 효과가 의심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다. 9조1000억 원 규모의 고용안전특별대책은 전체 실업자 127만 명보다도 많은 155만 명을 위한 일자리를 산정하고 있다. 게다가 그 일자리들이 대부분 일회성 아르바이트 자리다. 민간 부문에 돈을 투입해 경제를 선순환시킬 생각을 하기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에 급급해 공공지출을 필요 이상으로 늘린 것이다.
2025년까지 장기사업을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은 사업별 타당성을 더 꼼꼼히 따져 본 뒤 본 예산으로 시행하는 게 적절한 사업인데도 4조80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불요불급한 사업은 뒤로 돌리고 당장 시급한 사업만을 반영한다는 추경의 보충성에 어긋난다. 더 엄격히 심사했어야 할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졸속으로 편성되고 일방적인 처리 과정을 밟았다. 국회 예산심사 역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졸속 부실심사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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