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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경기부양 효과마저 의심스러운 역대 최대 추경 부실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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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역대 최대인 35조1000억 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단독 처리했다. 정부 추경안은 지난달 4일 국회에 제출되기는 했지만 심사는 여야의 원 구성 갈등으로 지난달 29일에야 시작돼 실제 심사는 나흘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에 반발한 통합당의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불참으로 심사 과정에서 야당의 견제도 없었다.

예산심사의 마지막 관문으로 흔히 ‘밀실 심사’라고 불리는 예산안 조정소위 심사도 정성호 예결특위 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 5명만으로 진행됐다. 정 위원장이 “개별적 예산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막판까지 전례 없는 규모의 ‘쪽지’ 민원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추경을 위해 무려 23조6000억 원의 적자국채가 발행되는데도 국민이 지게 될 부담에는 아랑곳없이 자기 지역구의 이익만 챙기려 한 것이다.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안기게 될 추경이지만 경기부양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으면 해야 한다. 그러나 예산항목을 보면 경기부양 효과가 의심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다. 9조1000억 원 규모의 고용안전특별대책은 전체 실업자 127만 명보다도 많은 155만 명을 위한 일자리를 산정하고 있다. 게다가 그 일자리들이 대부분 일회성 아르바이트 자리다. 민간 부문에 돈을 투입해 경제를 선순환시킬 생각을 하기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에 급급해 공공지출을 필요 이상으로 늘린 것이다.

2025년까지 장기사업을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은 사업별 타당성을 더 꼼꼼히 따져 본 뒤 본 예산으로 시행하는 게 적절한 사업인데도 4조80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불요불급한 사업은 뒤로 돌리고 당장 시급한 사업만을 반영한다는 추경의 보충성에 어긋난다. 더 엄격히 심사했어야 할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졸속으로 편성되고 일방적인 처리 과정을 밟았다. 국회 예산심사 역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긴 졸속 부실심사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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