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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文대통령에 충성… 페북 끊고, 정치의 政도 꺼내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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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라인 교체] 국정원장 후보에 지명된 'DJ의 영원한 복심'

3일 국정원장 후보에 지명된 박지원(78) 전 의원은 "평양 대사가 마지막 꿈"이라고 말해온 대표적 대북 햇볕론자다. 김대중(DJ) 정부 때 6·15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물밑에서 조율한 밀사(密使) 역할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경력을 가진 박 내정자가 교착 국면에 빠진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적임자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시절 미국에 이민해 사업을 하다 귀국한 박 내정자는 야당 원내대표 시절 여야 원내대표단을 구성해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 정권 수뇌부는 물론 미 행정부의 신뢰를 얻는 데 박 내정자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기대가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박 내정자는 'DJ의 영원한 복심(腹心)'으로 불릴 정도로 김 전 대통령의 대북 노선을 뒷받침해왔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집권 후 추진한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대북 밀사로 나섰다.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있던 2000년 3월 17일부터 4월 8일까지 당시 북측 송호경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에서 수차례 비밀 접촉을 벌였다. 당시 박 내정자를 수행한 사람이 국정원 과장이었던 서훈 현 국정원장(신임 청와대 안보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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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 국가정보원장에 지명된 박지원(왼쪽 사진 오른쪽) 전 의원이 2018년 북한 개성에서 리선권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이날 통일부 장관에 지명된 뒤 웃음을 지으며 국회 복도를 걷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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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출범 후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됐다. 남북 정상회담 직전 북한에 5억달러를 불법 송금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가 선고돼 1년여 수감 생활을 했다. 박 내정자 지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선대(先代) 때 일로 수감 생활을 한 박 내정자에 대해 호의(好意)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이날 논평에서 "대북 굴종 정책의 실패를 대북 송금 라인 복구로 만회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했다.

박 내정자는 이후 2008년 18대 총선 때 전남 목포에서 당선돼 정계에 복귀한 뒤 19·20대 때 내리 당선됐다. 2015년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자리를 놓고 문 대통령과 치열한 경선을 벌인 끝에 패했다. 결국 2016년 1월 민주당을 탈당했고 지난 4·15 총선에 민생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지난 대선 때는 안철수 전 의원을 도왔다.

하지만 박 내정자는 현 정권 출범 후에는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후원자로 활동했다. 2018년 4·27 판문점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원로 자문단으로 참여했고 그해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대통령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다. 지난달 17일 북한이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직후 문 대통령이 원로를 초청했을 때도 청와대를 찾았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참모' 박지원은 철저히 대통령의 관점에서 모든 사안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문 대통령이 그를 기용한 배경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내정자는 서훈 현 원장이 야인(野人) 생활을 할 때도 대북 문제로 교류했고 현 정부 들어서도 서 원장에게 조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취임하면 청와대 안보실장에 곧 취임할 서 원장과 함께 대북 채널을 재가동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정상회담 때 작동한 '박지원·서훈팀'이 재가동될 것이란 얘기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북핵 폐기보다 대북 유화론에 경도됐다는 국내외 일각의 시선을 얼마나 불식시킬 수 있을 지가 대북 돌파구 마련의 변수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수십 년간 국내 정치에 몰두해온 박 내정자가 외사·사이버·대테러와 관련한 국정원 업무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박 내정자는 방송·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히 해 '여의도의 달변가'로 꼽힌다. 그러나 박 내정자는 이날 내정 발표 후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입에서 정치라는 정(政)자도 올리지 않고 국정원 본연 임무와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활동과 언론과의 전화 소통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박 내정자는 2018년 10월 아내와 사별했다.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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