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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자의 시각] 본지가 訂正을 강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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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동휘 사회부 기자


잘못된 기사에 대한 정정(訂正) 보도를 한 달째 강화하면서 늘어난 것이 있다. 본지의 강화 방침을 빌미 삼아 달려드는 친정권 세력의 공세다. 한 일간지의 1일 기사가 전형적이다. 본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명백한 오보에는 침묵했다" "정정 기사가 오보를 냈다며 정정 보도 청구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이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한 기사는 본지 인터넷판 〈윤미향 "내 딸, '김복동 장학생'으로 대학 입학했다"〉 기사였다. 이 기사는 윤미향 의원이 페이스북에 2012년 쓴 '김복동 할머니 장학생으로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피아노과에 입학…' 글을 인용한 것이다. '글을 썼을 때 공식적인 김복동 장학금은 없었다'는 설명도 붙였다. 그 후 "(김복동 장학생) 표현은 김 할머니가 제 자녀에게 준 용돈이라는 의미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윤 의원의 반론까지 반영했다. 이틀 후 실린 신문 기사는 윤 의원의 '용돈' 반론이 제목으로 실렸다. 대체 무엇이 명백한 오보라는 것인가. '윤 의원이 그땐 장학금이라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용돈이었다고 주장했기에 윤 의원이 장학금이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바로잡습니다'라고 해야 하나. 그 신문은 자사 기사를 이런 식으로 정정하나.

그 신문이 '정정 기사마저 오보를 냈다'고 주장한 기사는 정부 돈을 받는 시민단체가 '종편 모니터' 대상에서 특정 종편만 뺐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본지는 그 기간을 작년과 올해로 기재했는데 확인 결과, 올해만 특정 종편을 제외한 것으로 밝혀져 별도의 정정 기사를 통해 2019년에 제외했다는 보도를 바로잡았다. 그런데 해당 시민단체는 "오보 내용과 무관한 2020년 별도 사업을 따로 취재해 정정 보도라고 주장하며 2차 오보와 왜곡을 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 신문은 '정정 기사마저 오보를 냈다'며 그들의 일방적 주장을 게재했다. 장황한 기사 속에 담긴 본지의 반론은 단 한 줄이었다. 남의 기사를 비판하기 전에 자신의 편파성부터 검증하는 작업이 이 신문엔 더 시급해 보인다.

이뿐이 아니다. 정파(政派)를 함께하는 특정 세력들이 보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정 보도를 요구하면서 "바로잡는다더니 이건 왜 바로잡지 않느냐"는 식의 주장을 편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대형 시민단체가 앞장서고 이들과 함께 가는 언론 매체가 해결사로 나선다.

정정 보도 강화 방침을 세울 때 본지 안에서도 우려가 있었다. 특정 세력이 본지의 정정 방침을 본지 공격에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상했던 정파의 사람들이, 예상했던 상투적 방식으로 공격하고 있다. 본지는 거짓 뉴스가 범람하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사실 보도만이 언론의 존재 가치이기 때문에 정정을 강화했다. 그런 공격까지 받아주겠다고 강화한 게 아니다.

[이동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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