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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데스크 칼럼] 11월에 혜성처럼 대선주자가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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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 대선후보가 없다” “11월쯤 되면 그런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들어 차기 당내 대선후보에 대한 언급을 늘리고 있다. 그의 말에는 힘이 실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한때 정치적 동업을 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정치권이 그의 말에 들썩일 수 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내 기존 주자보다는 새얼굴을 찾고싶어 한다. 요리연구가 백종원씨가 그의 입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유도 높은 호감도와 참신한 인물을 앞세워야 약 2년뒤에 있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당내에서 참신하고 호감도 높은 인물이 없다 보니 문재인 정부에서 각을 세운 윤석열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 통합당 후보로 거론될 정도다.

그런데 어째선지 김 위원장의 말에서 기시감(旣視感)이 든다.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은 4년 전이 떠오르게 한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맡은 이후 비슷한 이야기를 쏟아낸 바 있다.

"최적의 대선후보감이 없다" "혜성과 같은 후보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에는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쟁쟁한 후보가 포진해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때도 김 위원장은 새 인물을 찾았다. 당연히 당내 분란이 일었고, 일부 대선주자와는 기싸움도 벌어졌다. 결국 새 인물 찾기는 실패했고, 김 위원장은 탈당 후 스스로 참신하게 대선후보로 나섰다.

사실 김 위원장이 세간의 평가처럼 킹메이커라고 보기도 어렵다. 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정치적 동업을 하기 전부터 당내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였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에 젊고 참신한 인재가 필요하다고 여러 통로를 통해 언급했다. 통합당의 기성 정치인인 유승민·오세훈·원희룡·황교안·홍준표·김태호 등은 이 기준에 부합되지 못하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젊고 참신한 대선후보가 갑자기 땅에서 솟아날 리 없다. 차기 대선후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스스로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타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설사 참신한 인물이 나타나도 대선을 2년 남짓 앞둔 현 상황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대선 역사를 돌아보면 갑자기 등장한 여러 명의 혜성들이 있었다. 박찬종, 이인제, 노무현, 정몽준, 문국현, 안철수 등이 대선을 앞두고 참신함을 앞세워 혜성처럼 등장했으나, 이중 노무현 전 대통령만 대권을 거머줬다. 새 인물의 대권 성공 확률은 20%가 채 안된다.

한국 정치 풍토가 이념과 철학보다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정당이 만들어지고, 인물이 모이다 보니 지금 시점에 통합당에도 될성싶은 대선후보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계속해서 대선후보 군불을 때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 비대위원장직을 맡기 전 외부 인사 2명을 면담해 "차기 대선에 나설 생각이 없느냐"는 뜻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 모두 고민해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글쎄다. 대선후보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 누가 권해서 하는 자리가 아니다. 정치인은 스스로 자리를 쟁취하고, 자신만의 철학과 진정성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김 위원장에게 고민해보겠다고 말한 인물이 실제 대선을 생각하고 있다면 11월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혹시 대선후보 자리를 누군가가 떠먹여주기만 기다리고 있다면 그런 사람에게는 더더군다나 희망이 없다.

짧은 시간 언론과 당내 검증을 통과하고 리더십 확보해 대선후보로 직행, 대권을 거머쥔 사례는 한국 정치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이란 자리를 공부도 없이 겨우 1년 반정도 준비해서 인기투표하듯 얻어내기에는 그 책임과 권한이 너무 무겁고 막강하다.

김참 사회부장(pumpkin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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