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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과거 껄끄러운 관계였는데…문 대통령, 박지원 '깜짝' 발탁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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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의원 '깜짝' 발탁, 남북 관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문 대통령 의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신임 통일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오른쪽부터), 신임 안보실장에 서훈 국가정보원장, 신임 국정원장에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을 내정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국가정보원장에 깜짝 발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야권 인사를 장관급에 발탁한 것이자, 문 대통령과 박 내정자가 과거 껄끄러운 관계였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에 대한 박 내정자의 '구원'은 2003년 대북송금 특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법 거부 대신 공포를 택했고, 이때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밀사 역할을 했던 박 내정자는 특검 수사를 받고 옥고를 치렀다.

둘의 갈등 양상은 2015년 2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 정점을 찍었다. 박 내정자는 당권경쟁을 벌인 문 대통령을 향해 "꿩도 먹고 알도 먹고 국물까지 마신다"며 '부산 친노' '패권주의자'로 낙인찍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문 대통령은 TV토론에서 박 내정자의 집요한 공격을 받자 "왜 없는 말을 하느냐. 그만 좀 하시라"며 발끈하기도 했다.

당시 전대에서 박 내정자는 호남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근소한 차이로 패했고, 2015년 말 안철수 김한길 전 의원 등 비주류와 동반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2016년 총선에선 호남의 좌장으로서 국민의당이 호남 의석을 싹쓸이하는 녹색돌풍을 일으키는 데 앞장서며, 정치생명까지 걸었던 문 대통령에게 호남에서의 충격적 참패를 안기기도 했다.

2017년 대선 때도 문 대통령을 향한 공세의 최일선에 섰다. 거의 매일 문 대통령을 비난해 '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는 뜻의 '문모닝'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같은 악연에도 문 대통령이 박 내정자를 발탁한 것은 남북관계 복원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박 내정자는 2000년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막대한 역할을 했다.

박 내정자 역시 대선 이후 야당에 몸담으면서도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힘을 실어왔다. "우리 모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지지자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박 내정자가 그간의 구원을 해소하며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공감대를 쌓아왔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외교안보 원로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 박 전 의원을 초청해 의견을 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편 박 전 의원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이끈 대표적인 대북 정보통 정치인이다.

전남 진도 출신으로 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성공한 박 전 의원은 80년대 미국에 온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전국구 비례대표로 국회에 처음 입성했고,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특히 문화관광부 장관이던 2000년 4월 남한 측 밀사로서 중국에서 북한 측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 부위원장과 비밀협상을 벌여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이끌어냈다.

당시 정상회담 준비단 소속으로 박 의원과 함께 비밀 협상에 참여한 인물이 서훈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 차례 면담으로 북한 내 박 전 의원의 위상은 탄탄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김정일 위원장이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박 전 의원의 안부를 물은 일화도 유명하다.

박 전 의원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대북송금 특검으로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북한에 4억5천만 달러를 불법 송금한 것 등이 문제가 돼 옥고를 치렀다.

2007년 말 복권됐고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며 재기에 성공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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