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업융합섬유그룹 선임연구원이 MB필터 원단을 검사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KF 마스크 소재 멜트블로운(Melt Blown·MB) 필터 생산에 긴급하게 투입됐던 마스크 필터 연구용 설비 ‘파일럿 플랜트’, 작은 물방울이 맺히지 않아 시야 확보가 가능한 ‘김서림 방지 고글’, 수십 번 빨아도 바이러스 차단 기능이 유지되는 ‘나노섬유 마스크’, 각종 세균·바이러스의 99% 제거한다는 광촉매 소재 항바이러스 필터...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과학기술원이 지난 1~2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할 연구성과로 내놓은 기술들이다. 그 이후 어떻게 됐을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파일럿 플랜트/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MB 부직포 테스트 설비로 만든 마스크 필터로 총선 치뤄
━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정전식 MB 필터 공급 부족으로 마스크 생산에 차질을 빚을 때, 경기도 안산 소재 생기원 융합기술연구소에 구축된 정전 MB 부직포 제조 및 테스트 설비(파일럿 플랜트)를 양산용으로 전환했다. 이 설비는 2003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용 섬유 연구기반 구축사업을 통해 갖춘 연구용 설비로 그동안 필터용 부직포 제조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시제품을 제작하고 공정 테스트를 지원하는 데 활용돼 왔다.
생기원에 따르면 이 장비가 없었다면 4월 15일 열린 21대 국회의원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코로나19가 확진자 폭증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을 겪을 때다. 생기원은 이 설비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급형 마스크 15만장을 제작할 수 있을 정도의 필터를 제공했다. 이 마스크는 1만4330개 투표소와 251개 개표소에 배포됐다. 생기원은 같은 달 보건복지부 요청에 따라 4차례에 걸쳐 마스크 120만장을 제작할 수 있는 분량의 필터를 제작, 코로나19 대응 의료진에게도 제공했다. 이낙규 생기원 원장은 “앞으로 덴탈마스크 위주로 추가 생산해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시장에 안정적·지속적으로 필터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기원은 이 밖에도 감염병 예방 관련 다양한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이를테면 손 세정제처럼 뿌릴 수 있는 항바이러스 스프레이 코팅제를 개발했다. 이는 사람 손이 자주 닿는 생활용품 표면에 항바이러스 나노 촉매를 간편하게 코팅할 수 있다. 약 1주일 간 효과가 유지돼 감염병 전파 확률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바이러스 집단 감염 지역에 바이러스 농도와 전파경로를 파악하는 스마트로봇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 큰 물방울을 떨어뜨렸을 때는 초발수성(좌) 및 초친수성(우) 표면 모두 김서림 방지 가능 (아래) 작은 물방울을 흩뿌렸을 때는 초친수성(우) 표면에서만 김서림 방지가 가능/자료=KIST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김서림 방지 고글 1035개 인천공항검역소·원자력의학원 기증…'항비말 마스크' 개발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 4월 16일 국립인천공항검역소와 한국원자력의학원에 고글 1035개, 마스크 500개를 기증했다. 특히 한국원자력의학원엔 KIST가 직접 개발한 김서림 방지 고글 35개를 제작해 함께 기증했다. 방역·의료현장에서 쓰는 고글은 온도 차이, 입김, 땀 등으로 인해 고글 표면에 김서림이 발생한다.
현장에선 방지제 등을 사용해 김서림 현상을 일시적으로 해결하고 있으나, 일부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등 장기간 착용 시 건강에 해로울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KIST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글 안쪽 표면에 작은 물방울이 둥글게 맺히지 않고 얇게 퍼져 김이 서리지 못하게 가공했다. 이 기술은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아 방역 및 의료현장에 신속하게 적용되고,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
김서림 방지 고글을 개발한 KIST 문명운 박사팀은 이 기술을 응용해 ‘항비말 마스크’도 개발했다. 이는 마스크 외부 표면에 수분이 침착하는 것을 방지해 바이러스 함유 비말 입자가 흡입되는 것을 감소시켜 감염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문 박사는 “항비말 마스크는 소재가 다소 약한 부직포 등으로 구성돼 있어 표면처리 기술 적용 시 안전성 등에 대한 추가적 검증 절차를 두 달 여간 진행해 제작했다”며 “항비말 마스크는 검역·의료진들의 안전을 확보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나노섬유 마스크/사진=KAIST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수십번 빨아쓰는 '나노섬유 마스크' 안전성 기준 없어 난관…"곧 식약처 허가 접수"
━
지난 3월 16일 카이스트(KAIST)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빨아 쓰는 ‘나노섬유 마스크’는 마스크 대란을 해결할 제품으로 세간의 큰 주목을 이끌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마스크는 에탄올이나 비누로 20번 이상 세탁해도 필터 구조가 변하지 않아 입자 차단 성능이 초기 성능 대비 94% 수준을 유지한다. 하지만 지금은 공적(보건용)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이 제품에 대한 필요성이 그때와 같지 않은 데다 인체 유해성 관련 검증이나 기준이 없어 당분간 시중에 풀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개밣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사진=건설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밖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이 개발한 광촉매 소재 항바이러스 필터 기술은 제품 개발업체인 벤텍프론티어로 이전, 부착 방식의 필터모듈로 제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연구단에 따르면 이 필터를 적용한 공기청정기가 8㎥ 공간에서 작동했을때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30분 만에 99% 제거한다.구현본 건설연 수석연구원은 “학교나 사무실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공기청정기, 에어컨을 모두 교체하기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고려해 외부장착형 필터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1호 우수R&D 혁신제품’으로 지정됐고, 서울역사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운영되고 있다.
류준영 기자 joo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