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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시시콜콜] "5만원 내고 스토킹 할래"  처벌법, 드디어 만들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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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째 빛 못보고 있는 '스토킹 처벌법'
여권뿐 아니라 통합당서도 "공감대"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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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선배를 무려 30여년 간 스토킹하고 협박한 남성이 최근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았는데요. 그런데 이 남성, 스토킹을 했다고 처벌을 받은 게 아니랍니다.
피해자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내용을 보내는 등 협박 혐의가 인정된 탓이라는데요. 만약 집요하게 쫓아다니면서 교제를 요구하는 등 스토킹 행위만 했다면 이 남성, 범칙금 5만원만 내고 풀려 났을 겁니다. 공원에 똥을 버렸을 때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을 내는 것 보다 더 저렴한(?) 수준이죠.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바꿔보자며 새로 문을 연 21대 국회에서는 스토킹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및 절차 등에 관한 법률안(스토킹 처벌법)을 앞다퉈 발의하고 있습니다. 1999년 국회서 첫 발의됐으나 무려 21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한 스토킹 처벌법, 이번에야말로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요.

법무부, 입법예고 2년만에 법안 제출

한국일보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제20차 권고(범죄피해자 구조제도 개선)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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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처벌법이 만들어지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도대체 '어떤 행위를 스토킹으로 봐야하는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법무부가 2018년 2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스토킹 처벌법)을 입법 예고해 놓고도 정작 실제 법안을 제출하지 못한 이유도 관계부처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워낙 스토킹 범죄의 유형이 광범위한데다가 디지털 기술 발달로 형태도 진화할 수 있는만큼 법에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 사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다 붙잡힌 사람은 2013년 312명에서 지난해 583명으로 훌쩍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에서 스토킹은 호객 행위나 노상 방뇨 같은 단순 경범죄로 취급, 대부분 최대 10만 원 정도의 범칙금만 물고 끝났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법무부는 스토킹 처벌법을 재추진, 지난달 관련 제정안을 법제처에 제출했습니다. 법제처는 세부 조항 등을 손보고 이르면 이달 안에 국회에 보낼 예정입니다.

스토킹, 앞으로는 최대 5년 징역형 엄벌?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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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법무부는 어떤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 봤을까요. 관련 법안에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 정의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접근,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나 주거 등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등 물리적 접근뿐 아니라 전화와 편지 같은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글이나 말,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도 포함됐어요. 직접 혹은 제3자를 통해 선물을 보내거나 집 근처에 몰래 두고가는 것도 스토킹 범죄에 해당합니다.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면 스토킹 범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흉기 등을 사용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진다네요. 또 검찰과 경찰은 각각 스토킹 범죄 전담 검사와 사법경찰관을 지정해 수사하게 되는데요, 전담 검사와 경찰관은 스토킹 재발이 우려될 경우 접근 금지 조치나 휴대전화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같은 조치를 잠정적으로 취할 수 있게 됩니다.

높았던 국회 문턱, 이번엔 다르다던데

한국일보

미래통합당의 불참속에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11개 상임위원장 선출 등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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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처벌법, 이제 남은 관문은 국회뿐입니다. 국회에서의 논의가 제대로 이뤄져야 법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을텐데요. 그동안 국회에서 폐기된 관련 법안만 수십 건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르다는데요.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들(남인순ㆍ정춘숙)이 법무부보다 처벌 수위가 센 스토킹 처벌법을 잇따라 발의한데다 미래통합당도 관련 법안을 만지작 거리는 것으로 알려졌거든요. 그동안 국회의 발의됐던 20여건의 스토킹 처벌법 중 통합당의 전신인 보수정당 소속 의원이 낸 법안은 단 한 건(20대 국회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뿐이었는데요. 21대 국회에선 통합당에서도 ‘당론’으로 스토킹 처벌법을 들고나올 계획을 밝히는 등 폭넓은 공감이 이뤄지고 있는거죠.

물론 아직 안심하긴 이릅니다. 2년 전 입법예고 이후 관련 법안을 두고 탁상공론을 벌이는 사이 꿈 많던 여고생이 안인득에게 살해되는 참극이 벌어졌고, 서울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창원 식당 살인사건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번만큼은, 달라야하는 이유일겁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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