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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승 부리는 보이스피싱 선제적 근절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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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그동안 수사기관 및 금융감독원 등의 많은 홍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로 인한 피해가 계속 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음성이라는 뜻의 '보이스(voice)'와 개인정보 등을 불법적으로 알아내 이를 이용하는 사기인 '피싱(phishing)'이라는 단어가 결합된 말이다. 개인정보와 전화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교묘하게 속여 비밀번호 등 개인 금융정보를 빼내 돈을 인출하거나 인출책 등을 이용해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받아가는 등의 사기수법을 말한다.

최근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70대 노인 A씨는 '금융감독원 팀장'이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A씨는 그로부터 자신의 명의로 대포통장이 만들어져 범죄에 사용됐다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처벌을 피하려면 범죄에 연루된 피해금을 맡겨야 한다"는 말을 믿고 이틀에 걸쳐 금융회사 3곳에서 정기예금과 보험 등 9억원 상당을 인출, 사기범이 알려준 계좌로 송금해 피해를 입었다.

해당 금액은 최근 금감원에 신고된 보이스피싱 개인 피해 사례 중 최대 금액으로 알려졌다.

보이스피싱 범행은 대부분 중국의 천진·하얼빈, 필리핀 등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본거지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팀으로 이뤄져 있으며 최근에는 대부분 한국에서 중국 등으로 건너 간 한국인 조직에 의해 준비한 매뉴얼에 따라 범행이 이뤄진다.

개인적으로는 검사 재직 당시 2011~2013년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큰 보이스피싱 범죄인 '김미영 팀장' 사건 재판을 담당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당시 밝혀진 조직원만 95명이었고, 44명의 공판을 담당했는데 그 당시부터 보이스피싱 사건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구조를 보면 총책과 각 팀장을 기반으로 콜센터 상담책 직원이 확보된 데이터베이스 명단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한다.

이후 위챗 등의 중국 채팅사이트를 이용해 한국의 인출책에게 연락하고, 해당 인출책이 다시 송금책 및 대포통장 인수책 등에게 연락해 중국의 업자에게 피해 금원을 송금한다.

대부분 점조직으로 이뤄져 있고, 대포통장과 대포폰·중국 채팅사이트·텔레그램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 또한 전화번호 등도 모두 발신자 조작을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인지도 알기 어렵다. 수사기관 등에 벌금 납부를 하는 경우 외에는 개인에게 금원을 이체하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해당 기관에 따로 확인을 해야 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기존의 조직을 이용해 사설 '스포츠토토' 등 도박사이트까지 개설해 운영하는 대범함까지 보이고 있다.

수사기관 등에서는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계속 홍보를 하고, 대포통장 개설을 막기 위한 여러 조치·다양한 수사기법 개발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런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시급하고도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발신번호 변경 서비스를 없애야 합니다. 관공서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하다. 만약 전면적인 금지가 어렵다면 적어도 관공서나 금융기관으로 전화번호를 조작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기술적 조치가 시급하다.

두 번째로는 해외에 개설되는 인터넷 전화 회선 개설과 관련해 별정통신사업자를 규제해 외국의 한 건물에 50회선 이상 들어가는 경우에 사용 목적 등을 점검한 후 허가하는 방식 등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보이스피싱은 대부분 해외에서 국내 인터넷 전화로 이뤄지며 그러한 인터넷 전화 회선의 대량 설비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이스피싱을 저지르는 범죄 조직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통신 규제야말로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통해서만 보이스피싱 범행을 원천적으로 차단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신병재 변호사(법무법인 효성 대표변호사·전 서울서부지검 등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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