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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시시콜콜] 봉황문 무늬 크롭탑?… 블랙핑크가 입은 한복,  어떻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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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가리개 크롭탑...남자 도포는 자켓으로 바꿔
한복 회사 측 "수 십만원에도 해외 주문 크게 늘어"
한국일보

블랙핑크 제니(왼쪽)와 로제가 입은 단하주단의 개량된 한복 무대의상. 소매와 길이 등을 줄이고 과감하게 배를 드러냈다. 유튜브 영상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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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걸그룹 블랙핑크가 미국 NBC ‘더 투나이트 쇼 스타링 지미 팰런’(더 투나이트 쇼)에서 선보인 컴백무대의 열기가 일주일째 식지 않고 있어요.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무대 영상은 동시 접속자 수가 21만명에 달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죠. 진행자 지미 팰런은 "'현상'이라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이 그룹을 위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블랙핑크를 치켜세우기도 했습니다.

퍼포먼스도 화려했지만, 해외 팬들의 눈길을 끈 것은 따로 있었는데요. 블랙핑크가 입고 있었던 한복 무대의상이에요. 일본의 기모노, 중국의 치파오만을 동양의 패션으로 인식하고 있던 해외 팬들에겐 한복이 색다르고 신선한 문화로 다가왔던 거죠. 유튜브에는 벌써 블랙핑크의 의상을 따라 개량된 한복을 입은 해외 팬들의 커버댄스(따라하기) 영상이 쏟아지고 있어요.

블랙핑크가 입은 한복은 놀라울 정도로 과감합니다. 한복을 크롭탑 형태로 개량하고 철릭(조선시대 무관의 공복)을 자켓처럼 어깨에 툭 걸치고, 노리개를 양 어깨에 달아 견장처럼 표현하는 식이에요. 이전에도 여러 아이돌 가수들이 한복을 모티브로 해 무대의상을 선보였는데 그걸 감안해도 파격이죠.

멤버 중 제니와 로제가 입은 의상은 한복 브랜드 '단하주단'(단하)에서 제작한 것인데요. 단하에 따르면 블랙핑크 스타일리스트팀은 처음 단하에서 협찬을 받아 입으려 했지만 무대 의상의 특성 상 좀 더 활동성 있게 표현하고자 옷을 사서 따로 손을 봤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제니와 로제가 입은 무대 의상과 똑같은 옷은 아니지만 비슷한 옷은 지금도 단하에서 구매가 가능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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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제니가 입은 단하주단의 도포. 제니는 도포의 밑단을 잘라 더 짧은 자켓으로 연출했다. 단하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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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로제가 입은 '봉황문인문보' 무늬의 크롭탑(왼쪽)과 검은색 철릭. 단하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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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니가 입은 분홍색 의상은 저고리처럼 보이지만 사실 남자 선비의 복식이었던 도포를 재현한 것이라고 해요. 제니는 총 길이 74cm인 두루마기의 하단을 잘라 배를 드러내는 짧은 자켓으로 연출했죠. 잘라내고 남은 천은 핫팬츠의 아래에 둘러 치마처럼 표현했습니다. 단하 대표는 "소매와 길이를 줄여 현대적으로 해석했지만 한복의 배래 곡선은 그대로 살리고 평면 재단법으로 만들어 전통 방식을 재현했다"고 했어요.

로제가 입은 크롭탑은 조선시대 속옷인 '가슴가리개'를 밖으로 노출한 의상입니다. 옷의 형태는 단순하지만 고전적이면서도 우아한 무늬가 개성을 드러내죠. 단하 대표는 "국립고궁 박물관에 소장 중인 궁중보자기에 새겨진 '봉황문인문보' 무늬를 따왔다"며 "이 무늬에서 착안해 우리가 새롭게 무늬를 재디자인한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로제가 자켓처럼 걸친 검은 철릭은 시스루를 연상케하는 노방실크 소재로 가볍고 시원해보이는데요. 스타일리스트팀에서 길이를 고치고 자수 색실을 붙여 연출했다고요.

지난달 26일 블랙핑크가 이 옷을 입고 촬영한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서 단하 한복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었어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의 팔로우가 8,300여명에서 일주일 사이 1만3,000여명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유독 해외 반응이 뜨겁다고하는데요. 로제가 입은 철릭은 판매 가격 88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인데도, 해외에서 구매량이 늘고 있다고요. 크롭탑의 구매량도 폭발적으로 늘었답니다.

다만 일부에선 과감한 디자인을 두고 전통의 미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복이 한복다워야 하는데, 지나치게 변형해 품위있는 한복 특유의 멋이 사라졌다는 것이죠. 그러나 단하 대표는 "한복이 단아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고정관념"이라며 "해외에 한복을 효과적으로 전파한다는 측면에서도 실용적, 현대적인 해석은 필요하다"고 주장했어요. 그는 또 "이것도 패션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면 좀 더 자유롭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라고 덧붙였습니다. 어찌됐든, 블랙핑크가 입은 의상이 '한복은 지겹고 고루하다'는 편견을 깨준 건 분명해보입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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