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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北 최선희 등판 이어 내주 비건 방한…대북 메시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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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비건 부장관, 7일 韓 당국자들과 회동"

北,"대화 없다"면서도…수위 조절로 대화 여지

뉴스1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왼쪽)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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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통해 대화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 다음 주가 유력시돼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 일정 및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4일 외교가에서는 비건 부장관이 다음 주 초 한국을 방문해 교착이 장기화되고 있는 북미 대화에 모멘텀 조성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지속 제기돼왔다.

앞서 이날 로이터통신은 국무부 당국자를 인용해 비건 부장관이 다른 국무부 관리들과 함께 방한해 7일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당시 연말을 시한으로 설정했던 북한이 미국을 향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협,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그의 방한은 현재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정상회담' 언급이 나오는 상황과 맞물려 대북 협상 실무 총괄자로서 판문점 등에서 북한과 물밑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아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는 11월 미 대선 전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이른바 '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제기하자, 로버트 오브라이언 현 국가안전보좌관은 3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대감을 더욱 북돋은 바 있다.

그러나 대미라인 총책 최선희 제1부상이 이날 직접 등판해 '대화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하면서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둘러싸고 고조됐던 이 같은 기대감에도 급속도로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최 제1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정상회담) 설이 여론화되고 있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라며 '10월 서프라이즈 설(說)'에 대해서도 '공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는 현재 미국 정세를 면밀히 판단한 흔적이 엿보이는 가운데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목전에 두고 최 제1부상이 직접 등판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최 제1부상은 2018년부터 북미 협상의 실무를 총괄, 사실상 비건 부장관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연말 시한을 넘긴 이후 최근까지 공개 활동이 없다가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 맞춰 전격 입장을 낸 것이다.

리선권 외무상 임명 이후 올해 초부터 외무성 대미라인에 대대적 직제 개편이 이어져온 상황에서 최 제1부상의 등판은 그 자체만으로 북미 대화의 불씨가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미측의 태도에 따라 모멘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 제1부상이 담화에서 미국 정부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 등은 자제하며 수위 조절을 시도한 것도 대미 협상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에 강경 입장과 자신들의 일정을 재확인하며 협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높이에 올려세우신 불멸의 업적 조국청사에 길이 빛나리'라는 특집 제목의 기사를 여러 건 싣고 "우리 조국의 강대한 힘을 총폭발시키며 오늘의 정면 돌파전에서 영예로운 승리자가 되자"고 독려했다. 이날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한 지 3년이 되는 날로 신문은 "종합적 국력과 전략적 지위를 급상승시켰다"라고 기념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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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인 이날 관영 노동신문 3면에 걸쳐 2017년 7월 4일 실시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 발사 3주년을 대대적으로 조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최 부상이 담화에서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가 이미 마련돼있음을 경고한 가운데 여기에는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삼는 ICBM 발사도 포함돼 있음을 애둘러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달 29일 대선 전 북미회담 가능성에 대해 "아마도 그럴 것 같지 않다"며 회의적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럼에도 외교가에서는 그가 이번 방한에서 북한을 대화판으로 다시 유도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방한이 본격적인 대선 정국을 앞두고 사실상 북한과 협상 진전을 타진할 마지막 기회이자 비핵화 협상의 향배를 가늠할 중대 고비라는 점에 기반한 진단이다. 이 경우, 내달 예정인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최근 여권에서 재부상한 종전선언 및 대북 인도적 지원 외에 한미 워킹그룹 개선 등이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되는데 방한 기간 관련 언급이 나올지 주목된다.

비건 부장관은 서울에 도착 뒤 약식 기자회견을 포함해 한국 언론을 상대로 브리핑을 실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bae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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