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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무더운 여름엔 꿈처럼 감미로운 ‘야행’을 떠나자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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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왕실 연못 부여 ‘궁남지’ 수련 천지/어둠 깔리면 포룡정 조명 신비로운 풍경/운치있는 안동 월영교 춤추는 음악분수 낭만/시원한 바람 맞으며 통영 밤바다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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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궁남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어느덧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여름으로 들어섰다. 한입 깨물면 시원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냉장고 속 수박과 아이스 커피가 절실한 계절이다. 여행을 많이 다닌 이들도 요즘 같은 한낮의 땡볕은 머리가 타들어 갈 듯하니 버티기 어렵다. 이제 ‘밤마실’을 나설 때다. 낮에는 덥지만 아직 밤이면 기온이 크게 떨어지며 시원한 밤바람이 불어온다. 노을이 내리고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낮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여름밤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 ‘야행’을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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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포룡정 다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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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포룡정 분수.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여름 밤의 꿈 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

궁남지는 백제 왕실의 별궁 연못이다. 6월이면 수련 꽃봉오리가 도드라지고 7월이면 백련과 홍련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매년 7월에는 열리던 부여서동연꽃축제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지만 궁남지는 열려 있다. 삼국사기에는 백제 무왕이 이곳에서 뱃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나오며 약 8km 떨어진 능산리 동쪽 산골짜기에서 궁남지 물을 끌어왔다. 단순한 연못에 그치지 않는다. 연못 축조·조경 기술은 통일신라로 이어져 일본으로 전파됐고 일본 조경의 원류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습지를 지나면 둥그런 연못이고 가운데 작은 섬에 포룡정이 떠 있다. 잉어와 하늘 높이 솟구치는 분수가 여행자를 반기고 포룡정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여름의 더위를 식힌다. 노을이 내려앉으면 포룡정의 조명이 켜지고 불빛은 연못에 비쳐 신비로운 풍경을 드러낸다.

부여 포룡정 야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야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궁남지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인 정림사지는 오후 10시까지 개방된다. 마당 한가운데 조명을 받은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이 단아하면서도 도도한 기품을 드러낸다. 1400년의 세월을 한자리에서 지킨 석탑 아래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둥실 뜬 달이 석탑 끝에 걸려 운치를 더해준다. 인근 서동요테마파크는 2005년에 지은 드라마 ‘서동요’의 오픈세트장이다. ‘대풍수’, ‘태왕사신기’, ‘계백’, ‘조선 총잡이’ 등 많은 드라마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저잣거리 골목을 걸어 들어가면 2층 구조로 웅장하게 지은 백제 왕궁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무왕의 즉위식과 혼례식 장면을 찍은 무대다. 덕용저수지를 끼고 있고 서동요수변둘레길이 조성돼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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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월영교 분수. 한국관광공사 제공


#열대야를 잊는 안동 월영교와 낙동강음악분수

달이 비치는 은은한 풍경과 역동적인 음악분수의 화려한 야경이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다. 올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 관광 100선’에도 이름을 올린 월영교는 2003년 개통됐다. 안동호를 가로지르며 월영공원이 있는 상아동과 안동민속촌이 들어선 성곡동을 잇고 가운데는 운치 있는 월영정이 자리 잡았다. 다리 입구 안동물문화관 전망대에 오르면 물 위로 시원하게 뻗은 월영교를 모두 담을 수 있다. 산, 호수, 다리가 조화롭고 황포돛배와 유람선까지 떠가니 수채화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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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월영정 야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어둠이 내리고 조명이 들어와야 월영교는 그제야 숨은 비경을 드러낸다. 붉은빛과 보랏빛으로 물들어 매우 몽환적이다. 산과 호수 대신 조명이 비추는 호반 산책로와 언덕 위 선성현객사도 근사하다. 다리에서는 시원한 분수가 뿜어져 나오니 여름밤의 낭만을 더한다. 10월 말까지 주말에 하루 3회(낮 12시30분, 오후 6시30분, 8시30분) 20분씩 가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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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월영교 캐릭터 유등. 한국관광공사 제공


황포돛배와 유람선은 월영교 여행에 재미를 더하니 여유가 있다면 꼭 타보길. 월영교에 달이 떠다니는 상상력을 동원해 올여름에는 초승달 모양의 문보트도 운항할 예정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탑승자가 선체 색을 선택하고 블루투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월영교 양쪽으로 조명 시설을 갖춘 산책로가 이어진다. 안동민속촌으로 가는 길에는 하회탈, 각시탈, 엄마 까투리 등 안동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꾸민 알록달록한 유등이 반긴다. 월영교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낙동강음악분수는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 음악이 어우러져 시원한 여름밤을 즐기는 데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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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밤바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통영 밤바다의 감미로운 유혹

‘한국의 나폴리’ 통영은 노을 속으로 멀어지는 섬과 화려한 조명을 담아낸 호수 같은 바다가 여름밤의 매력을 더하는 대표 야행지다. 통영 남쪽 끝 달아공원에서 일몰을 감상한 뒤 차로 이동하면 통영밤바다야경투어가 출발하는 통영해양스포츠센터 앞 전용 계류장까지 20분이면 닿는다. 섬과 섬을 오가던 통영관광해상택시가 지난해 열린 통영한산대첩축제 때 야경투어에 투입됐다. 축제 기간에 한시적으로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아 지난해 10월부터 정기 운항 중이다. 금·토요일 각 3회(오후 6시30분, 7시30분, 8시30분) 운항하다가 최근에 일요일과 공휴일까지 확대했다. 10인 이상 예약하면 평일에도 야경투어를 즐길 수 있다. 승선료는 1인 2만원으로 통영케이블카 탑승권 소지자는 10% 할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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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강구안 야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통영 야경의 백미로 꼽히는 통영운하를 따라가는데 통영해양스포츠센터가 있는 도남항에서 출발해 강구안∼충무교∼통영대교를 지나 도남항으로 돌아온다. 시속 7~8km로 운항하며 50분 정도 밤바다의 정취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크리스털로 한껏 멋을 낸 도남항 동방파제 연필 모양 등대, 도남항에서 3km 정도 떨어진 충무교 아래 방파제의 몽당연필을 본뜬 빨간 등대가 이색적이다. 청마 유치환과 소설가 박경리 등 우리나라 대표 문인을 배출한 예향 통영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충무교 교각에는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전혁림 화백의 작품 ‘통영항’과 ‘운하교’를 본뜬 벽화를 만난다. 충무교를 지나면 통영밤바다야경투어를 완성하는 통영대교다. 중앙 아치에 설치한 190여개 투광등에서 초록, 빨강, 노랑, 보라 등 알록달록한 빛이 쏟아진다. 통영대교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면 인생샷을 건진다. 멋진 사진을 위해 선장은 선미의 서치라이트를 켜준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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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 오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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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음악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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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밤바다야경투어.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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