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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 독립기념일에 코로나 비상...신규환자 사흘연속 5만명이상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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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 비상 / 트럼프, 일일환자 최고인 3일 불꽃놀이 행사 참석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오르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이 전국 각지에서 불꽃놀이 행사가 이어지는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오전 9시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279만5000여명이고, 사망자는 13만명에 육박했다. 보건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최근 3일 연속 하루 신규환자가 5만명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신규 환자는 5만6566명으로 또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환자는 지난 5월1일 3만4000여명 이후 3만명대 밑으로 떨어지며 하락세를 보였다. 그 무렵 조지아주와 플로리다주 등 상당수 주가 경제 재개에 적극적이었고, 지난 6월19일 신규 환자는 3만1000명을 기록하더니 2주만에 하루 5만명씩 급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9일 동안 일곱 차례나 코로나19 신규 환자수 최고 기록이 경신됐다고 전했다. 전날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신규환자는 2099명으로 최대 일일 신규 환자 수를 기록했고, 텍사스주는 7555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며 사흘 연속 7000명대를 넘어섰다. 루이지애나주에서는 1756명의 환자가 새로 나왔는데, 98%가 지역사회 전파라고 주 보건당국은 밝혔다. 환자의 60%는 39세 이하이고, 43%가 29세 이하의 젊은층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새 확산지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5688명의 신규 환자가 나왔는데, 43%가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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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 얼굴' 앞에 선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행사를 위해 사우스 다코다 주 키스톤에 있는 러시모어산에 도착하고 있다. 러시모어산 '큰 바위 얼굴'은 조지 워싱턴·토머스 제퍼슨·시어도어 루스벨트·에이브러햄 링컨 등 4명의 전직 대통령 얼굴이 조각돼 있다. 키스톤 AFP=연합뉴스


WP는 독립기념일 연휴가 시작되면서 최소 16개 주에서 최근 7일간의 평균 일일신규 환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텍사스·플로리다·애리조나주·앨라배마·조지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오리건주 등이 여기 포함된다.

CNN은 최소 36개 주에서 최근 1주일간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그 전 1주일보다 증가했다고 집계했다. 몬태나·아이다호·네바다·플로리다·조지아·테네시·알래스카·델라웨어주 등 9곳은 신규 환자 증가율이 50% 이상이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주도 늘고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던 텍사스가 얼굴 가리개를 의무화하면서 최소 19개 주와 수도 워싱턴이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기념일 연휴가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트위터에 “얼굴 가리개를 쓰고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라”는 글을 올린 것을 비롯해 최근 10여명의 주지사·시장이 주의를 당부하는 트윗을 올렸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의 확진자 중에 감염 경로를 알지 못하는 환자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독립기념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4일 밤 미국 전역에서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불꽃놀이 행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열면서 사람들이 밀집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4월 15일∼5월 24일 코로나19 확진자 35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는 자신이 어떻게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정확히 지목하지 못했다고 CNBC방송이 보도했다. 이는 무증상자를 통한 전파가 상당히 많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공개모임에 갈지도 모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마스크나 안면 가리개를 착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독립기념일에 관해 이야기할 때 모두가 이걸 착용하면 실제로 더 많은 독립성과 자유를 갖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스크 등을 쓰면 질병 확산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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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 다코다 주 키스톤의 러시모어산 '큰 바위 얼굴' 상공에 폭죽이 터지고 있다.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이번 불꽃놀이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참석했다. 키스톤 AF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3일 밤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열리는 불꽃놀이 행사에 참석했다고 미 언론은 비난했다. 7500명의 인파가 모인 것으로 추정되는 행사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은 탓이다.

미 언론은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새겨진 러시모어산에서는 2009년 이후 불꽃놀이가 없었다면서 “코로나19 환자가 역대 최고로 많이 발생한 날, 대통령 부부가 러시모어 불꽃놀이 행사를 참관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상이 걸려 대규모 모임을 막고 기념행사를 축소하는 상황에 대통령이 정반대 행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장남의 여자친구인 킴벌리 길포일이 코로나19 양성반응 판정을 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트럼프 재선 캠프의 정치자금 모금 최고 책임자이기도 한 길포일은 대통령 전용기에는 탑승하지 않았고, 일행 중에 유일하게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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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여자친구 킴벌리 길포일. AP연합뉴스


길포일 역시 코로나19 증상을 보이지는 않은 무증상 감염자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 캠프 측은 성명에서 “길포일은 즉시 격리됐으며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며 “무증상 상태이기 때문에 음성 반응이 나올 때까지 쉬고, 예정된 공식 일정은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은 음성이 나왔지만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예정된 공식 일정 참석을 모두 취소키로 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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