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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저쪽이 '갑'이라 불리해"…콘텐츠 vs 플랫폼사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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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OCN, tvN, 투니버스 등의 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CJ ENM'과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간 프로그램 사용료 분쟁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유료방송 플랫폼사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상대 측이 '갑(甲)'의 위치라며 협상의 불합리함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최근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 프로그램 사용료 15~30%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일부 사업자에는 7월17일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취지의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 인상안을 제시받은 딜라이브 측은 이것이 CJ ENM의 일방적 요구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수도권 약 201만명 규모의 딜라이브 가입자들은 tvN 등 CJ ENM이 제공하는 채널을 실제로 보지 못하는 '블랙아웃'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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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는 이들이 甲"
"정당한 사용료 못 받아"


CJ ENM 측은 "딜라이브는 최근 4년 동안 프로그램 사용료 동결을 요구했고 2018년에는 인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료방송 플랫폼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에 내는 재송신료와 프로그램 사용료는 꾸준히 인상하면서 CJ ENM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만 거듭 동결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구조가 불합리하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인상하지 못한 프로그램 사용료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은 지상파에 재송신료(CSP), 종편이나 PP에는 프로그램 사용료 명목으로 매년 콘텐츠 제공에 따른 사용료를 내고 있다. CJ ENM은 방송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PP(Program Provider)이고, 딜라이브는 이들 프로그램을 안방에 전달하는 플랫폼사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System Operator)라고 한다.


CJ ENM은 "플랫폼사의 4분의 3 이상은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에 대해 이미 합의했거나 협의 중에 있지만 딜라이브만 유독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상파와 종편에는 재송신료나 프로그램 사용료를 인상하고 우리 측과는 협상 자체에 응하지 않는 것을 보면 결국 '돈을 내는 쪽'이 칼자루를 쥔 '갑'의 위치라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송출중단이라는 수단까지 언급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 같은 형평성 격차가 상당하고 콘텐츠가 제 값을 받지 못한다는 입장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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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콘텐츠가 힘"
"플랫폼사 우위는 옛말"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인기 콘텐츠가 많은 tvN의 송출만 중단되더라도 가입자 이탈이나 불만이 상당할 것"이라며 "CJ ENM에서 제시한 인상안을 토대로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제한적이던 10여년 전에는 케이블TV의 영향력이 막강했고 PP들이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읍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지만 지금은 정반대"라며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서 플랫폼사가 '갑'이라는 주장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9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PP의 방송사업매출은 지난해 7조849억원으로 2018년보다 2447억원 증가한 반면 SO는 2조227억원으로 전년 대비 671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PP는 1844억원 증가한 8213억원이었고, SO는 705억원 감소한 2400억원으로 집계됐다.


딜라이브 측은 CJ ENM이 제시한 인상률이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이미 PP에 지급하고 있는 프로그램 사용료 전체 액수의 약 25%를 CJ ENM에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통상적인 인상률과 비교해 20%라는 과도한 인상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방송시장이 위축되면서 프로그램 공급자와 플랫폼사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콘텐츠 산업 관계자는 "OTT 시대로 접어들면서 유료 방송은 위축되고, 인기콘텐츠를 제공하는 쪽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각사의 수익과 직결된 비용 문제를 두고 비슷한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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