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위기의 윤석열… 중앙지검 검사들 ‘여론’에 촉각

댓글 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선 검사장들, 검찰총장에 무게 실어줬지만 / ‘검언유착’ 의혹 수사하는 중앙지검장은 불참

세계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지휘권 발동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일선 검사장들이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위법 소지가 있다’, ‘윤 총장이 사퇴해선 안 된다’ 등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지며 윤 총장의 입지가 한층 탄탄해졌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다만 전국 최대 검찰청으로 실력과 경륜을 갖춘 검사들이 가장 많이 포진한 서울중앙지검의 이성윤 지검장이 회의에 불참해 ‘반쪽짜리 회의’에 그친 것이란 시선도 많다.

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약 9시간 동안 열린 검사장 회의 결과는 오는 6일 윤 총장에게 보고된다.

검사장회의에 참석한 일선 고검장과 지검장들은 회의에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심의 절차 중단을 요구한 추 장관의 지휘는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냈다. 하지만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윤 총장의 지휘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추 장관의 지휘는 위법 소지가 커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가장 민감한 사항인 윤 총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의연한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검사장이 ”이런 상황에서 총장이 함부로 거취를 결정하는 건 옳지 않다”며 “총장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는 것이다.

윤 총장 입장에선 검사장회의를 통해 검찰 조직 내부를 추스리고 구성원들의 뜻를 한데 모으는 소기의 성과는 이룬 셈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의 ‘지원’을 얻지 못한 점은 아픈 대목이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중앙지검은 단순히 소속된 검사 숫자만 많은 게 아니고 그 검사들 한 명 한 명이 만만치 않은 실력과 경륜을 갖춰 검찰 조직의 ‘심장’ 노릇을 하는 기관이다.

세계일보

나란히 보이는 대검찰청(오른쪽)과 거울에 비친 서울중앙지검 청사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중앙지검 소속이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공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중앙지검장은 검사장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었다고는 하나 윤 총장으로선 이성윤 지검장, 그리고 중앙지검 검사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 결과가 됐다.

검찰 역사를 살펴보면 중앙지검 검사들 사이에 형성된 여론이 조직 전체의 향방을 결정한 사례가 많았다. 1999년 심재륜 당시 고검장이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항명 파동, 2012년 최재경 당시 대검 중수부장과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정면 충돌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1999년엔 중앙지검(당시 서울지검) 검사들이 심 고검장 편에 서서 김 총장 등 검찰 지도부 비판에 앞장섰다. 결국 심 고검장이 징계를 받고 검찰을 떠나긴 했으나 이 일로 김 총장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김 고검장은 법원에서 징계 무효가 확정돼 검찰 조직에 복귀하기도 했다.

2012년에도 중앙지검 검사들이 최 부장 편에 서서 한 총장에게 자진사퇴를 종용했고, 중앙지검 검사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한 총장은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