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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연이틀 대규모 독립기념일 행사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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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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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남쪽에서 독립기념일 행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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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244주년을 맞은 미국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대규모 행사에 연이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등에서 내놓은 메시지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 가운데 흑인 노예제 관련 동상을 공격하는 이들을 ‘폭도’ ‘극좌파’라고 부르면서 맹비난하는 등 기존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에 내놓았던 ‘통합’의 메시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저녁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연방정부가 준비한 ‘미국에 대한 경례’ 기념식을 열었다. 미국에 대한 경례 기념식은 트럼프 행정부가 독립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에 개최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행사 참가자들은 성조기를 매단 공수 요원이 항공기에서 뛰어내려 하강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미국 국가를 불렀다. 워싱턴 기념비 주변에서 오색 빛깔의 폭죽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연단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 기념 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극좌파와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를 격퇴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비롯해 노예제 옹호 전력이 있는 인물 동상 공격 운동을 극좌파 등으로 규정하며 ‘색깔론’ 공격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화난 무리가 우리의 조각상을 무너뜨리고, 우리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의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우리의 자유를 뭉개도록 하지 않겠다”면서 “1492년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했을 때 시작된 미국적 삶의 방식을 보호하고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분명하고도 충실하게 미국의 역사를 지키길 원한다. 우리는 하나의 미국이고 우리는 미국을 최우선에 둔다”면서 “그들의 목표는 파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이 끝난 뒤 수도 워싱턴 상공에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루 에인절스’와 ‘선더버스’가 에어쇼를 펼쳤고,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B-29 전폭기와 P-51 머스탱 전투기 등도 모습을 보였다. 날이 저문 다음에는 대규모 불꽃놀이가 진행됐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 행사를 주관한 미국 내무부는 이번 불꽃놀이가 근래 들어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독립기념일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불꽃놀이 행사가 열린다. 워싱턴에서도 매년 대규모 에어쇼와 불꽃놀이가 열려왔다. 지난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에 따라 군사 퍼레이드까지 열렸다.

하지만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독립기념일 행사는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돼 열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어진 독립기념일 연휴에 전국 각지에서 열리려던 불꽃놀이 행사의 80%가 취소됐다. 불꽃놀이를 보려고 모인 인파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미 보건당국도 독립기념일 연휴가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수 있다면서 행사 자제와 함께 마스크 착용, 물리적 거리두기를 당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다코다주 러시모어산을 방문, 독립기념일 전야 불꽃놀이를 축하하며 연설을 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7500여명이 운집한 이 행사는 물리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았고 참석자들도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모어산 연설에서 “분노한 폭도들이 우리 건국자들의 동상을 파괴하고, 우리의 가장 신성한 기념비들을 훼손하며, 우리 도시들에 폭력적인 범죄를 촉발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플로이드 사건 항의 시위대를 맹비난했다. 독립기념일에 어울리는 ‘통합’ 메시지가 아니라 백인과 흑인을 편가르고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이들을 ‘미국 역사 지우기’를 시도하는 과격주의자로 몰아세운 것이다.

CNN방송은 “많은 미국인들이 국가적 영웅들의 인종적 악행들을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고, 수그러들지 모르는 감염병 유행에 맞서고 있을 때 최고 사령관은 질병 전염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과학적 증거조차 무시하면서 문화적 변화에 대한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미국을 뒤로 후퇴시키려고 시도했다”면서 “문화전쟁이라는 모닥불과 다를 바 없는 경악스런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미국을 끝장내려는’ 의도를 가진 비도덕적인 좌익 폭도라는 틀에 가두기 위해 러시모어산의 금요일 밤을 배경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은 이날 오후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를 283만6764명, 사망자 수를 12만9657명으로 집계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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