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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북라인정비 南·대화거부 北…비건, 들고 올 선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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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비건 美 부장관 방한 예정

2박3일간 우리측 대북라인과 회동

대화재개 위해 한미 새로운 셈법 내놓나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이 사실상 북미 ‘대화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그가 들고 올 ‘대북 보따리’에 이목이 집중된다.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새로운 셈법’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외교가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오는 7일 오후 군용기로 한국에 도착한 뒤 우리 측 대북 대표단과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방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건 부장관은 2박 3일간 한국에 머물며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외교·안보라인과 두루 접촉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데일리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사진=연합뉴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여 만이다. 대북 협상 실무 총괄자로서 북한과 물밑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마침 우리 정부도 지난 3일 대북 라인 인사를 대대적으로 교체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 여건 조성에 나섰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를 추동하겠다는 기조를 틀고, 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나 대미라인 총책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4일 직접 등판해 북미회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둘러싸고 고조됐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 제1부상은 이날 담화를 내고 “미국과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며 ‘10월의 서프라이즈’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을 일축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이벤트’ 차원의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대남·대미를 동시에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 2018년 북미협상의 실무를 총괄해 온 최 제1부상이 7개월만에 공개 담화를 낸 것을 두고, 북한이 북미관계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 1부상은 비건 부장관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이번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이 없었던 것은 북한이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방한은 미국 대선 전 북한과 협상 진전을 타진할 기회이자 비핵화 협상의 향배를 가늠할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건 대표의 방한 이후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한미가 공동으로 조율된 획기적인 협상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북한은 대화테이블에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미국이 북한을 견인할 수 있는 담대한 비핵화 협상안, 즉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북미정상회담이든, 비핵화 실무협상이든 재개되기 힘들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비건 부장관이 어떤 묘수를 낼지에 달렸다”고 봤다.

다만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미국이 새 제안을 내놓기보다는 북측의 군사 도발을 억제하고 상황을 관리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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