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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방한 코앞에… 최선희, 文구상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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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북회담 가능성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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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낸 최선희 -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18년 6월 11일 당시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현재 주인도네시아 미국대사)와 실무 협의를 하기 위해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 로비로 들어서고 있다. /남강호 기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4일 담화를 통해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올 하반기 미·북 정상회담 구상이 추진 단계부터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최선희는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청와대가 지난 1일 "문 대통령은 6월 30일 한·EU(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간에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도록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고 밝힌 지 사흘 만이다. 7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의 방한(訪韓)을 사흘 앞두고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향해 동시에 현 상황에서의'미·북 대화'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최선희는 담화에서 "우리의 기억에서마저도 삭막하게 잊혀가던 조미 수뇌회담(정상회담)이란 말이 며칠 전부터 화제에 오르면서 국제사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문 대통령을 의식한 듯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선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서뿌르게(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미 대선 전 미·북 정상회담 추진 발언 이후 한·미 외교가에선 '10월 판문점 미·북 회담 추진설(說)' 등이 불거졌다. 이에 최선희는 "조미 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이룩된 수뇌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아직도 협상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이벤트 차원의 정상회담엔 응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선희는 다만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라고 표현해 여지를 남겼다. 담화엔 미국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 메시지도 담지 않아 외교가에선 북한이 일단 메시지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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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17일 방한 당시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특강을 하기 위해 강연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당시엔 부장관 지명자 신분이었다. /장련성 기자


최선희 담화는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이란 파격적 인사를 통해 서훈(안보실장)-박지원(국정원장)-이인영(통일장관)-정의용·임종석(안보특보) 등 대북 가용 자원을 안보 라인 전면에 포진시킨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올 초 '독자적 남북 협력'을 구상하다 최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도발 이후 미·북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 들고 안보 라인 개편이라는 '승부수'까지 던진 문 대통령으로선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일 이번 국정원장 인사와 관련, "오로지 문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과거사보다 국정과 미래를 생각한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문 대통령을 향해 사실상 '미국을 움직이지 못하면 한국의 역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가운데, 새 안보라인에서도 정의용 안보실장을 제외하면 미국이 아닌 북한통(通) 일색이라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최선희 담화는 미·북 대화 자체를 걷어찬 것이라기보단 미국이 전면 제재 완화 등 판을 바꿀 새로운 카드를 갖고 와야 한다는 압박 메시지"라며 "그러나 미국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미·북 대화는 결국 공전(空轉)만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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