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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너무 늦다" 비판…세계은행, 코로나 지원 2차 PEF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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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상황 일정 기준 넘어가면 빈국 지원

증가율 등 요건 까다로워 지원 늦어져

"민간이 돈 벌게 해주는 난해한 전략" 비판

뉴시스

[라고스=AP/뉴시스] 5월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쓴 채 물을 팔고 있다.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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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세계은행(WB)이 질병 사태에 직면한 빈국을 돕기 위해 고안된 팬데믹(전 세계적인 유행병) 채권 재판매 계획을 미뤘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팬데믹 채권 수익으로 빈국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너무 느리게 수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같은 결정이 나왔다.

지난 2013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를 계기로 WB는 2017년 일본, 호주, 독일 등의 자금 지원으로 3억2000만달러(약 3800억원) 규모 팬데믹 채권을 발행했다. 대규모 질병 확산에 직면한 빈국에 민간 부문 자금을 신속하게 조달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같은 팬데믹 채권을 포함하는 전염병비상지원기금(Pandemic Emergency Financing·PEF) 2차가 올해 출범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초 WB는 올해 5월 새 PEF를 선보이기 전에 설계 구조를 손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변인은 FT에 "PEF 20.0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팬데믹 채권 투자자는 두자릿수의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대신 질병 상황에 따라 투자금의 일정 부분 혹은 전액을 잃게 된다. 전염병이 심각하다고 규정되는 요건이 충족되면 투자자는 돈을 잃는다. WB는 빈국에 수익을 지급한다.

심각한 수준이 되려면 사망자가 2500명 발생해야 한다. 또 국제개발협회(IDA)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소속 빈국의 일정 기간 증가율 등이 WB의 복잡한 수식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증가율 등은 첫 발생일(지난해 12월31일)로부터 84일 혹은 12주가 지난 시점(올해 3월23일) 다음날부터 최대 2주 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된다. 이 증가율이 플러스(+)를 나타내야 WB가 판매 수익을 얻는다.

이렇듯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지원 시기가 늦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진 이후인 4월 중순에야 판매 수익 중 약 2억달러 규모가 요건을 충족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의 국제 보건 정책 클레어 웨넘 조교수는 질병 확산을 기다리는 건 "세계 보건에 역효과를 초래한다. 빨리 개입할수록 (악영향이) 작다"고 밝혔다.

그는 팬데믹 채권은 "세계 보건 보장보다 민간 투자자의 선호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채권은 2018년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 사태 때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자 비난에 휩싸였다고 FT는 전했다.

WB는 4월27일 채권과 스와프를 포함한 PEF를 통해 1억9580만달러를 자격이 있는 64개 국가에 할당하기로 했다. 인구, 확진자 수, 취약국 여부, 분쟁국 여부 등에 따라 할당이 이뤄졌다.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이 가장 많은 1500만달러를 받았다.

이 채권을 보유한 베일리 기포드, 아문디, 스톤리지 자산운용 등 투자사들은 2월말까지 1억달러에 달하는 이자를 받았다고 FT는 전했다.

쥬빌리 부채 캠페인의 정책 책임자 팀 존스는 "우리는 민간 부문이 돈을 벌게 해주려고 만들어진 난해한 전략이 아니라, 팬데믹 초기 단계에서 국가들을 돕는 데 이용할 수 있는 보조 기금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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