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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故 최숙현 아버지 "가해자, 사과는 커녕 전화도 안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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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메시지. 사진=이용 국회의원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감독 및 팀 닥터, 선배 선수에게 폭행,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가 딸이 당한 충격적인 경험을 폭로했다.

최 선수의 아버지인 최영희 씨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최 선수가 주장 선수의 지시로 남자 선수들에게 각목으로 피멍이 들 정도로 심하게 맞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최영희 씨는 “뉴질랜드 전지훈련에서 왕따 당했다, 힘들다 이런 식으로 괴로움을 (부모한테) 문자도 하고 카톡도 하고 전화도 하면서 그때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 선배가 남자 후배한테 직접 때리라고 지시해서 그 후배가 우리 숙현이 동료에게 각목으로 피멍이 들 정도로 때린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일본 대회를 갔는데 완주를 못하고 하도 배가 고파서 숙소에서 음료수 하나 사먹었는데 그걸 본 감독으로부터 현지인들이 있는 데서 좀 엄청나게 맞은 것 같다”며 “ 현지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심하게 맞았다고 얘기를 하더라”고 밝혔다.

팀 닥터라 불린 안 모 씨에게 당한 피해도 공개했다. 그는 “팀 닥터가 우리 숙현이 심리치료를 한 적이 있다”며 “팀닥터가 ‘쟤는 내가 심리치료를 해서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 애가 스스로 자살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을 들은 동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팀닥터가)지금 의사 면허도 없고 물리치료사 자격도 없는데 사가 아니니까 그런 소리를 했을 것이다”며 “우리 선수 부모들끼리는 ‘쟤 돌팔이가 아니냐’라고 의심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영희 씨는 치료비, 전지훈련 항공료 등의 명목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수백만원을 팀 닥터 계좌에 보낸 사실도 털어놓았다.

최영희 씨는 최 선수 사망 이후 가해자들에게 사과를 받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숙현이 엄마가 장례 치르고 그 다음 날 실성을 해서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혼자 숙현이를 찾아간다고 낙동강 다리를 건너갈 때 제가 엄청 놀랐다”며 “완전히 우리 집은 파탄났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그때 내가 너무 분해서 장 모 선수 어머니한테 전화를 해서. ‘우리 딸 이렇게 만들고 너희들은 다리 펴고 잘 잤느냐’라고 좀 강력하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끊었다”며 “전화를 끊고 내가 전화를 계속해도 장 선수하고 그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다 전화를 안 받았다.. 감독한테도 전화를 해도 안 받고 해서 이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희 씨는 최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관련기관의 지지부진한 조사를 꼽았다.

그는 “녹취록도 증거로 다 제출하고 통장 거래 내역서도 제출하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현이한테는 항상 ‘(가해자들이) 부인한다.’ ‘더 증거가 없느냐?’ 이런 식이었다”며 “그런 것이 숙현이를 정신적으로 압박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최영희씨는 “경주시청에 민원을 넣은 뒤 조사 상황을 묻자 팀장이라는 분이 ‘아니, 지금 뉴질랜드 수천만원 예산을 들여 전지훈련 보냈는데 그럼 당장 귀국시켜서 조사할까요’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내가 ‘감독이라도 불러서 사실 확인을 해야 되지 않느냐’라고 하니까 ‘감독이 나오면 선수들이 훈련이 됩니까’하면서 좀 큰 소리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내가 고소해도 되겠느냐 하니까 ‘고소하세요’라고 해서 제가 고소장을 접수하게 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최영희씨는 “철인3종협회에서 전화 한 번 온 적이 없어 스포츠 인권센터에 진정서를 한 번 더 제출했다”며 “사안이 심각하니까 조사를 진행했지만 빨리 안 됐다. 숙현이 죽기 전까지도 결정을 못 내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대방에서는 전부 다 전화해서 증거인멸하고 말 맞추기 하고 그런 게 우리 주위에 다 돌았다”고 털어놓았다.

최영희씨는 “앞으로 제2의, 제3의 숙현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엄벌해야 한다”며 “숙현이가 받았던 고통을 가해자들도 수십 배, 수백 배 받을 수 있도록 엄정 수사를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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