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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뿔난 임대업자 집단반발 "장려할땐 언제고···정부가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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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땐 혜택준다 해놓고 딴소리"

기존 사업자까지 포함 시장 당혹

위헌 논란에 與는 "위법 아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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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종합부동산세 합산 과세 배제·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폐지 법안을 기존 임대주택사업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시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 공포 이후 등록하는 임대사업자뿐 아니라 기존 임대사업자까지 전면 소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정권 초 각종 세제혜택을 주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했던 정책 방향을 180도 선회해 혜택을 거둬들이자 “정부가 각종 혜택을 미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끔 하더니 정부가 배신한 것이 아니냐”는 임대사업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여당이 추진하려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 법안은 그간 종부세 합산 과세를 면제해줬던 등록 임대주택을 합산 과세 대상에 넣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오는 2021년 1월부터 소형주택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2채 이상 임대하는 경우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20%를 감면하고, 장기일반임대주택의 경우는 50%를 감면해주는 조항도 없앴다.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과 장기임대주택은 양도소득세까지 과세 특례가 가능하도록 한 내용도 삭제했다.

문제는 여권이 관련 입법을 기존 임대사업자에게까지 전면 적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현재 6·17부동산대책 이전 아파트 수분양자들 일부가 대출 규제를 소급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임대사업자들도 위헌 논란에 불을 지피며 집단반발에 나설 공산이 크다.

당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지만, 해당 법안이 아직 종료되지 않고 진행 중인 상태에 개입하는, 일명 ‘부진정소급입법’이기에 위헌 소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투기 억제’라는 공익적 목적이 크기 때문에 공익 실현, 신뢰 보호 원칙 등 헌법상 원칙을 고려하면 해당 입법 자체가 위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임대 사업자들이 그간의 세제혜택을 투기 목적으로 악용하며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여당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존재하고, 야당이 강하게 반대할 공산이 높은 만큼 법안 논의 과정에서 부칙을 달아 기존에 등록한 임대 사업자에게까지는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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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초기 정부는 민간 임대시장을 활성화해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명목으로 임대사업자에 대해 지방세를 감면하고 종부세 합산을 배제해주며 건강보험료 부담을 완화해주는 등의 정책을 폈다. 이 같은 ‘당근책’에 현 정부 들어 등록 임대주택 수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정책 발표 한 달 만에 등록 임대주택 사업자가 7,300여명 늘어났을 정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8만채였던 등록 임대주택 수는 올해 1·4분기 기준으로 156만9,000채로 집계됐다. 3년 만에 58만9,000채가 늘어난 것이다. 등록 임대사업자 수도 늘었다. 2017년만 해도 26만1,000명에 불과했지만 올 1·4분기 들어서는 이보다 2배 가까이 뛴 51만1,000여명으로 증가한 바 있다.

하지만 임대등록이 절세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다주택자가 늘어나고 매물 잠김 현상이 일어나 집값이 뛰자 정부는 뒤늦게 제동에 나섰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재건축단지 조합원 물량 신청을 위한 2년 거주의무를 신설한 것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임대주택을 공급해온 임대사업자들의 혜택을 거둬들이면 그 부담이 전월세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임대주택사업 시장과 관련해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한 여지는 있었겠지만 기존의 혜택을 모두 없애면 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로 비용이 늘어나게 되면 이것이 전월세 상승압력으로 작용해 세입자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하정연기자 양지윤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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