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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 비건 방한 속 한·미워킹그룹 논란…"한·미, 北 문제 해결 입장차 조율 먼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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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美 국무 부장관, 군용기 이용 7일 한국 도착 8일 강경화 ·조세영·이도훈 등 외교당국자 만날 듯 양측, 대북 현안, 한·미워킹그룹 개선안 논의할 전망 정세현 "비건 방한 한·미워킹그룹 흔들지 말라' 목적" 이인영 "한·미워킹그룹과 우리가 할 일 구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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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7일 김포국제공항에서 만난 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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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문제를 논하는 ‘한·미워킹그룹’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방한을 앞두고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북한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 협상 가능성에 선을 그은 상태에서 연일 한·미워킹그룹 해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워킹그룹은 한·미 정부가 남북 관계와 남북 협력, 그에 따른 대북 제재 관련 사안을 조율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인도적 지원에도 관여, 남북 간 협력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한·미워킹그룹 해체론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한·미워킹그룹 틀에 갇히지 않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끈다.

이 후보자는 이날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서의 첫 출근길에서 “워킹그룹에서 할 수 있는 일과 우리 스스로 판단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는 게 평소의 제 생각”이라며 창조적 해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북제재와 관련해선 “우리에게 창조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게 한다”며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그것이 하나의 길이라면 길이다. 그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려고 했던 건 한반도의 평화 문제”라고 말했다.

유엔 대북제재와 연관된 사안은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 인도적 협력 등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남북 간 독자적 협력 사안은 한·미워킹그룹 논의 없이 자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교가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7일 오후 한국에 도착, 다음날인 8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의 면담을 통해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자리에서 양측은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지난 2일 내신기자 간담회에서 이달 고위급 인사의 방한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미워킹그룹의 개선방안을 미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앞서 강 장관은 “외교부로서는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워킹그룹이 상당히 유용하게 작동해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국내에 (워킹그룹이 남북 관계의 걸림돌이 된다는) 그런 우려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도훈) 본부장의 방미 시 미국 측과 그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어떻게 운영방식을 개선함으로써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비건 부장관이 이번 방한에서 오히려 ‘한·미워킹그룹을 흔들지 말라’는 압박 메시지를 발신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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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종로구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서 열린 8.15 민족자주대회 추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한·미워킹그룹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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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워킹그룹을 흔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확실하게 (하려고 오는 것)”라고 비건 부장관의 방한 목적을 분석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 본부장이 지난 방미에서 ‘워킹그룹 해체는 없다’라는 미국을 입장을 ‘통첩’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도훈 본부장이 다녀온 뒤에도 국내 여당 내에서도 자꾸 (한·미워킹그룹 반대) 이야기가 나오고 또 우리 같은 사람도 워킹그룹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계속하니까 흔들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들고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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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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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차관을 지내던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미워킹그룹 자체를 지적하기보다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입장 조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한·미워킹그룹은 기본적으로 한·미 간 긴밀하게 조율하고 협의하는 채널로 활용하고, 다만 그 틀 속에서 또는 그 틀을 벗어난 고위급에서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생산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비건 부장관 방한과 관련 이 후보자와의 면담 가능성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요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 후보자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인 만큼 비건 부장관이 만남을 요청하면 공식 일정에 없는 깜짝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혜인 기자 ajuc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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