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檢 충돌] 대검, 검사장 회의결과 공개… "총장 권한박탈 지시는 부당"
◇대검, 검사장 회의 결과 법무부에 전달
이날 대검이 언론에 밝힌 내용은 세 가지였다. 먼저, 윤 총장이 소집했던 전문수사자문단 절차는 추 장관 지휘대로 중단하되 윤 총장이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검찰총장을 이 사건 지휘 감독에서 배제한 부분은 사실상 총장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 또는 부당하고, 이번 사안은 총장의 거취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라는 내용도 담겼다.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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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은 이날 "검사장 간담회에서 나온 대다수 의견 내지 공통된 의견"이라며 법무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총장의 공식 입장이 나오면 그때 답하겠다"고 했다. 이날 곧바로 추 장관에게 '지휘권 재고' 요청을 하지 않은 윤 총장도 서두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대치 상황이 며칠 더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3일 대검에 집결한 전국 고검장 6명과 검사장 19명은 모두 추 장관이 지난 1월 인사에서 임명한 사람이다. 면면을 보면 '친(親)윤석열'이라고 할 만한 인사가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그런데도 수도권 검사장(9명) 회의에서는 만장일치로, 10명이 참석한 지방 검사장 회의에서는 한두 명 이견이 있었지만 압도적 다수 의견으로 이번 지휘권 발동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秋가 인사 발령한 검사장들 일제히 반기
검사장들은 특히 '총장의 수사 지휘권 박탈'에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고 한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 근거는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8조였다. 그러나 검사장들과 대검은 "장관이 총장의 직무 권한을 박탈하는 내용을 지시하는 것은 총장의 신분과 직무 수행을 보장하는 검찰청법 12조에 위배된다"는 의견이다.
법조계에서도 "지휘권 발동은 총장의 권한을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총장 권한을 박탈하는 지휘는 할 수 없다. 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법조인은 "추 장관이 사건 지휘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넘기라고 했는데 총장, 검사장, 지청장에게만 직무 이전 권한을 인정하고 장관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는 게 검찰청법 관련 조항에 대한 학계 통설"이라고도 했다. 법무부는 검찰청법 8조와 12조의 충돌 문제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한 윤 총장이 추 장관이 행사한 지휘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지도 쟁점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시 관련해서 총장에게 지시를 하면 총장이 들어야 되느냐, 안 들어야 되느냐'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지휘 또는 지시가 정당하면 따라야 하고 정당하지 않으면 따를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장관 등 여권 인사들은 "검찰청법에서 정한 이의 제기권은 검찰 내부에서 검사가 상급자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수 법조인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참여연대 출신 양홍석 변호사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의 제기권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도 위헌·위법한 지시에는 당연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이의 제기 규정이 없으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이런 발상이 파쇼"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것은 항명이 아니라 의무'라고 했던 조국 전 법무장관의 과거 발언도 회자한다. 이런 가운데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허위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이날 추 장관을 향해 "적법한 지휘에 실제 대다수가 저항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기한을 정해 장관의 지휘 실행을 명하시고 반(反)하는 행동에는 직무배제 후 징계를 하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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