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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미 대법원 "승자독식 따르지 않은 대선 선거인단 처벌은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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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미국 연방대법원이 사전에 약속한 대선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선거인단 처벌은 합헌이라고 판결한 6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워싱턴의 연방대법원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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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은 6일(현지시간) 각 주가 미국 대통령 선거인에게 해당 주의 선거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선거인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때 투표하기로 약속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투표한 이른바 ‘불충실한 선거인(faithless elector)’을 각 주가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미 대법원 “승자독식 따르지 않은 선거인단 처벌 합헌”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해당 주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대통령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투표한 선거인에 대한 처벌이 합당한가를 두고 워싱턴주와 콜로라도주에서 각각 제기된 소송에 대해 대법관 9명 만장일치로 그렇다고 판결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은 32개주와 수도 워싱턴은 대통령 선거 선거인이 반드시 해당 주 대선 유권자 투표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에게 투표를 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합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오늘 우리는 주가 자신의 약속을 저버리고 해당 주의 유권자 투표에서 승리한 대선 후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투표한 선거인단을 처벌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면서 “우리는 주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케이건 대법관은 “헌법 조문과 이 나라의 역사는 모두 주가 선거인으로 하여금 그의 당이 지명한 후보, 그리고 해당 주의 유권자들이 선택한 후보를 대통령으로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강제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이 나오게 된 배경은 유권자 투표와 선거인단 투표로 이원화돼 있는 미국 특유의 대통령 선거 제도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각 주 정부 관할 하에 대선을 치르는데 4년마다 11월의 첫번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에 유권자 투표를 실시한다. 올해의 경우 11월 3일 유권자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들의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하지만 정확하게는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는 절차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인단은 50개주 2명씩 배분된 연방 상원의원 100명과 인구 비례로 배분된 연방 하원의원 435명, 그리고 하원의원이 배정되지 않은 워싱턴 3명 등 총 538명이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수인 270표를 얻는 후보가 승리한다.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는 12월 두번째 수요일이 지난 첫번째 월요일에 실시된다. 이에 따라 올해의 경우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11월 3일 유권자 투표 결과에 따라 최종 승자가 사실상 확정되지만 절차적으로는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최종 승자가 결정되는 것이다.

■ ‘유권자 투표’와 ‘선거인단 투표’로 이원화된 미국 대선

각 주는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투표하기로 약속한 선거인단 후보 명단을 미리 확정한다. 그런데 극히 일부 주를 제외하고 미국의 대부분의 주들은 대통령 선거인단을 유권자 투표 득표율에 따라 후보별로 배분하는 게 아니라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주는 승자독식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인단이 많이 배분된 주에서 이기는 후보가 선거인단 투표에서 유리하게 되고,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지고도 선거인단이 많은 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사례가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미국 전역의 유권자 투표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약 190만표 이상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 확보에서 232표 대 306표로 밀려 패배했다. 미국 역사상 유권자 투표에서 이겼으나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해 당선되지 못한 사례는 1824년과 1876년, 1888년, 2000년, 2016년 등 총 5차례 있었다.

이같은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 제도는 선거인은 반드시 해당 주에서 가장 많은 특표를 한 후보에게 투표를 해야 하는가라는 다른 쟁점을 낳는다. 실제로 2016년 대선 당시 클린턴 후보가 가장 많은 득표를 했던 워싱턴주의 선거인 3명은 클린턴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가 1000달러씩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역시 클린턴 후보가 가장 많은 득표를 콜로라도주에서는 마이클 바카라는 민주당 선거인 한명이 클린턴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공표했다가 다른 선거인 후보로 교체됐다. AP통신은 2016년 대선 당시 불충실한 선거인은 총 10명이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소송의 당사자였던 워싱턴주 법무장관은 미국 역사상 선거인단을 통한 대선 제도가 정착된 이후 총 165명의 불충실한 선거인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역대 선거인단을 통틀어 1% 미만 수준이다. 불충실한 선거인 때문에 대선 결과가 뒤집힌 사례도 없었다. 하지만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박빙일 경우 사전에 약속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는 선거인으로 인해 선거 결과가 뒤집힐 개연성은 존재한다. 최근 있었던 미국 대선에서 선거인단 투표수 차이가 가장 적었던 경우는 2000년 대선으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271표를 얻어 266표를 확보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를 눌렀다.

유권자 운동 단체를 이끄는 리드 W 헌트는 CNN에 “올해 대선이 금세기 들어 유권자 투표 승자와 선거인단 투표 승자가 다른 세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4개월 남긴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10% 포인트 가량 밀리고 있지만 2016년 대선처럼 인구가 많은 주들을 차지함으로써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해 승리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송을 제기했던 로런스 레식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분명하게 말해서 우리는 대법원이 헌법을 올바르게 해석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는 불확실성 제거라는 목적을 달성했고 이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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