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규제지역 풍선효과로 집값이 급등한 수원 영통의 힐스테이트 영통. /조선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1번째 대책에도 수요자들 "하반기 집값 상승" 예상 우세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하반기에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는 응답이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직방이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4090명을 대상으로 6월 12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하반기 거주지역의 주택 매매시장을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42.7%(1748명)가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락은 37.7%, 보합은 19.6%에 그쳤다.
일선 중개업소에서도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경우는 드물다. 향후 3개월 아파트 매매가격에 대한 일선 중개업소 체감을 조사하는 ‘KB국민은행 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에 따르면’ 6월 기준 보합 전망(52.2%)이 가장 많았고 약간 상승(39.7%)이 뒤를 이었다. 특히 서울은 보합 혹은 상승한다는 응답을 모두 합치면 97.8%에 달했다.
실제로 6.17 대책 전 막차 수요와 규제 직후 추격매수 등으로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6월 거래량은 9125건으로 2.20 대책이 발표됐던 지난 2월(8266건) 이후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매거래 신고가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하게 돼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6월 거래량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생존 문제 된 집값… "낙오자 될 것 같은 공포심에 매수 군집행동"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기가 좋지 않고 부동산 규제가 잇따르는데도 부동산 시장이 들끓는 배경에는 정부 정책 불신으로 인한 불안심리가 자리잡고 있다. 21번이나 시행된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이에 대한 실망감으로 유주택자는 ‘버티기'에 들어가고 무주택자들은 주택 매수라는 군집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이런 현상은 더 심화하는 분위기다.
사회심리학자인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또 다른 대책이 나왔을 때 불안으로 인한 동요가 나타나기 쉽다"면서 "불안할수록 수요자들의 경계심은 높아져 더욱 즉흥적으로 과도한 매수 행동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집값 문제는 이미 생존의 문제가 됐다"면서 "이렇게까지 집값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한 적은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침체돼 일자리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생존욕구는 높아지는데 그럴수록 내집마련에 대한 욕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갭투자를 잡겠다는 정부 정책이 대출 등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통로까지 봉쇄하면서 ‘사회적 낙오자’가 될 것만 같은 공포심에 휩싸이게 되기도 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이 평균 가계자산의 7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집이 없을 때 오는 박탈감과 불안정서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으로 보여진다"면서 "무주택자들의 주택 매수는 생존의 기로에서 하는 ‘마지막 발악’이라는 심리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백약이 무효한 부동산 정책... "공급 정책 병행해야"
하지만 집값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공급대책은 미미한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34만7699가구였던 전국 입주물량은 내년에 23만4436가구로 대폭 줄어든다. 서울의 내년 입주 예정 물량은 2만1939가구로 올해(4만2012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1일 군관사를 개조해 청년·신혼주택 13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냉소적인 반응이 즉각 나왔다.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소득 요건이 엄격해 넓은 수요층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왜곡된 인식도 사태를 악화하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측근에게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곧 폭락할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했다가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비롯한 여권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에서 지난해 12월부터 다주택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주택 매도를 거듭 권고하고 있는데도 실행하는 움직임이 미미해 불신을 가중시킨 면도 있다. 더욱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인사들을 대상으로 이달 중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는 처분하라고 강력 권고했다. 노 비서실장 본인 역시 서울 강남구 반포동의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가 50분 만에 청주 아파트로 말을 바꾸면서 "정부가 서울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찍어준 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백약이 무효한 상황에서 결국 공급 정책을 병행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서진형 한국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분당과 일산신도시 공급 당시 10년간 주택가격 안정이 실현됐듯, 부동산 정책은 수요와 공급이 병행될 때 효과를 발휘한다"면서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여 내성이 생긴 규제 정책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윤미 기자(yu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