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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잡겠다" 희망고문, 이젠 빚내서도 못 사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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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소프트 랜딩]집값 못 잡겠다면 차라리 빚내서 쉽게 집 사도록 도와주는 편이 낫다

머니투데이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지금까지의 정책이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후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특히 미래통합당과 정의당은 그동안 수많은 부동산 대책에도 여전히 상승하는 집값을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며 김 장관의 사퇴 및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김 장관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무척이나 싸늘하다. 특히 최근 6·17 부동산 대책에 반발한 한 인터넷 카페 회원들은 집중적으로 '김현미 장관 거짓말'을 포털에서 검색하면서 이 단어가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위 부동산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대책들은 통틀어 21번째 발표됐지만, 종부세 개편안이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과 같은 세부적인 대책을 제외한 강력한 부동산 규제 등을 담은 주요한 대책들은 10여개 남짓 발표됐다.

문제는 몇 개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든 간에 결과만 놓고 보면 집값을 잡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이미 3년 반이나 지났음에도 그동안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집값은 크게 오른 게 사실이다.

한국감정원에서 발표하는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를 살펴보면 2017년 5월~2020년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45.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이후 석달 여간 아파트 가격 상승분까지 포함할 경우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3년 간 거의 50% 가까이 오른 것으로 볼 수있다.

물론 실거래가지수 통계에 대해선 표본 구성의 차이 등 여러 부연설명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3년 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김 장관의 해명과는 달리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국토부 김 장관에 대한 책임론과 비난도 단지 정쟁의 차원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정부가 8·2대책을 내놓을 때만 해도 김 장관은 집 많이 가진 사람이 불편해질 것이며 “본인이 살 집 빼고는 팔아라"며 강력하게 권고하기도 했다. 만약 그때 서울 아파트 소유주가 김 장관의 말을 듣고 집을 팔았다면 지금 적어도 수억원의 손해를 봤을 것이다. 반대로 정부의 정책에 역행해 집을 팔지 않거나 오히려 매수한 사람은 수억원의 이익을 봤을 것이다. 즉 지난 3년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는 반대로 움직인 사람은 이익을 보고, 잘 따른 사람은 오히려 손해를 입는 결과가 발생했다. 도대체 말이 안되는 결과는 누구의 탓일까?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은 단지 집값이 오른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주로 투기 세력이나 다주택자들, 갭투자자들을 상대로 집을 팔도록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수요자들에겐 집을 살 기회를 넓혀준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서울 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어놓고 9억원 이하 아파트라고 해도 최대 40%밖에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5억원 이상의 자금을 오롯이 현금으로 마련할 수 있는 실수요자가 얼마나 될까. 결국 실수요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외에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대출이란 대출은 전부 끌어다가 어렵게 집을 사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의 말을 믿고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던 3040대 실수요자들은 더이상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않게 되면서 일제히 주택 매수에 나서기 시작했고, 그 결과 30대의 대출 비중이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월~2020년 5월까지 30대의 주택담보대출액이 102조7000억원으로 전체 35.7%를 차지해 타 연령층에 비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과거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했던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면서 내놓은 수많은 부동산 정책이 이젠 국민들로 하여금 ‘빚내서 집을 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래도 빚을 내서 원하는 집을 살 수 있다면 다행이다. 현재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과 주요 도시들은 대출 규제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이 9억원 이하인 경우에도 집값의 최대 40% 이하(9억원 초과시 최대 20%)로 묶여 있다. 즉, 9억원 짜리 집을 사려고 해도 집값의 40%인 3억6000만원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고, 나머지 5억4000만원은 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 등으로 조달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미 서울 아파트의 중위매매가격이 9억2582만원으로 9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젠 서울에서 중위가격 정도의 아파트를 구매하려고 해도 40%가 아닌 20%정도 밖에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과적으로 현금 자산가들이 좋은 지역의 원하는 아파트를 소위 '줍줍' 매수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바로 이러한 대출규제의 또다른 부작용이다.

서울 강북 지역에 거주하는 필자도 수년 전 아파트 구입에 필요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으나 대출금 상환에 대한 부담으로 결국 전셋집 거주를 선택했다. 문 정부 출범할 때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믿고 나중에 돈을 모아 집을 사거나 분양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아파트값은 매년 올라 지금은 그때보다 3억~4억원 가량 비싸졌다.

문제는 현재 강력한 대출규제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과거엔 대출은 받을 수 있었지만 상환부담이 커서 집을 못 샀다면, 지금은 아예 대출이 막혀서 집을 살래야 살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집값은 집값대로 오르고 대출까지 막혀버린 상황에서 필자와 같이 현금 자산이 부족한 3040대 실수요자들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사라졌다.

물론 현재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의 규모와 0%대의 역대급 최저금리를 생각할 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돈이 몰리는 곳은 결국 자산시장이다. 여기에 꺼져가는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불가피하게 추진하는 건설투자나 GTX 등 각종 SOC 개발 사업들이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가져온 측면도 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것을 전적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탓으로 돌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민과의 대화에서 분명 폭등한 집값을 정권 초기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약속을 했다. 심지어 집값을 잡기 위해 건설 투자를 통한 인위적인 경기 부양도 거부하겠다고 단호히 말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고 오히려 3040대 실수요자들만 더 집을 사기 어렵게 만들었다. 집값을 못 잡겠거든 국민들이 빚을 내서 쉽게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주던가 했어야 하는데, 집값만 올리고 집 사는 걸 더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 놨으니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skchoi7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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