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내로남불' 정치권서 '부동산 백지신탁' 제안…국회가 응답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 15년 전 흐지부지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도입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으로 시작된 청년 세대 분노가 부동산 정책과 함께 다주택을 보유한 국회의원들에게로 옮겨 붙으면서다.

당장 비난 여론을 직격으로 맞으며 소속 의원 주택 보유 현황 전수조사에 나선 여권에서는 이를 돌파구 삼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야권에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리는 기류가 감지된다.




국회 밖 지자체장들 "부동산 백지신탁 하자"…"처분이라도"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는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관련 법을 집행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들이 부동산을 재임 기간 동안 부동산을 대리인에게 맡기게 하는 제도다. 2005년 통과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서 도입된 주식백지신탁제도와 함께 논의됐지만 실제 입법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최근 불거진 국회의원 다주택자 비판 여론 속에 여권과 야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이 제도 도입 논의에 다시 불을 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5일 페이스북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면 고위공직자에 대해 주식 백지신탁제처럼 필수부동산(주거용 1주택)을 제외한 부동산 소유를 모두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래통합당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도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 지도부에 공식적으로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를 당론으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하겠다. 만나서 설득하겠다"며 "(정치인들이) 자기 손이 깨끗하지 않은데 (부동산 정책을) 만질수록 더러워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與에선 노영민이 쏘아 올린 '다주택자 수색'



머니투데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홍봉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동산 백지신탁 도입이 아직까지는 국회 내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다만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반포 아파트 사수' 이후 연일 여당 내 다주택자 의원들에 비판이 집중되면서 향후 다주택자에 대한 고강도 조치 중 하나로 검토할 가능성도 적잖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경우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 연결에서 "실거주하는 아파트 딱 한 채만 있다면 그런 것까지 백지신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보지만 다주택이라면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노 실장의 부동산 처분 계획을 "부적절한 행동"이라 비난하며 당내 다주택자 의원들을 향해서도 "당장 팔 수 있으면 파는 것이 맞다. 급매로 내놓으면 빠르게 소화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 내에서도 실제 다주택자인 의원들 중에는 잉여 부동산 매각에 소극적인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장 이날부터 소속 의원들의 주택 보유 실태부터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지난 4·15 총선에서 '1가구 1주택'을 공약으로 내걸고 후보자들에게도 거주 목적 외 주택 처분 서약을 받아낸 일이 있다.

이 가운데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민주당 국회의원 180명 중 다주택자 42명을 찾아냈다. 경실련은 "그중 21명이 투기과열지구 등에 2주택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재선 민주당 의원들은 집값이 평균 49% 오르며 5억원의 이득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회의장인 박병석 의원의 경우 약 24억원(69%), 이상민 의원은 3억4000만원(80%)으로 시세차익이 최대치를 나타냈다. 정부가 밝힌 서울 아파트값 평균 상승폭 14%를 크게 웃돈다.




통합당 "사유재산인데"…정의당 "강제처분하자"



머니투데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사진=이동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 지사가 부동산 백지신탁 도입에 당 지도부를 설득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통합당의 향후 입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실련에 따르면 통합당 내부에도 103명 의원 중 40명이 다주택자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국민들이 정치권의 부동산 정책을, 말뿐인 정책, 말뿐인 선언으로 생각하는 이유"라며 "청와대 참모, 국회의원, 장차관은 물론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이 거주 목적 이외의 주택을 강제로 처분하는 법을 제정하자"고까지 제안했다.

통합당에서도 아직까지 백지신탁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진 않았다. 다만 통합당 원내 전략의 '키맨'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공직자가 소유한 부동산을 강제 처분하는 방향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사유재산 처분은 헌법에 보장된 것으로 시장 원리에 따라 작동해야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종합적 제도를 통해 집값 안정과 다주택 처분을 유도하는 것이 유능한 정부지,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집만 팔라고 다그치는 것은 무능함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통합당 의원들도 다주택을 처분하는 게 좋겠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