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손정우에 대한 처벌만 약했던 게 아닙니다. 저희는 손정우가 운영한 웰컴투비디오에 연루된 범죄자, 42명의 판결문 43개를 다 확인해봤습니다. 벌금형에 그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실형 받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판결문엔 반성, 초범, 충동 같은 감형 사유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오효정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기자]
손정우는 '웰컴투비디오' 사이트에 "성인음란물은 올리지 말라"는 공지까지 내걸었습니다.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보고, 다운받고, 소지했던 회원들.
재판에 넘겨진 42명에 1심 판결문을 살펴보니 34명이 벌금형, 가장 많았습니다.
손정우를 포함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회원은 아무도 없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판결문엔 '초범', '자백', '반성'이란 단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부양할 가족이 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충동적으로 범행을 했다"는 사정도 봐줍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음란물 제작·배포로 신상 등록된 범죄자 중 37.5%가 또 같은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감경요소를 들어왔던 겁니다.
이번엔 법 조문을 한번 보시죠.
회원들에게 적용됐던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지난 6월에 개정됐습니다.
아동 성 착취물을 판매, 대여, 배포, 제공하거나 소지, 운반, 광고하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아동 성 착취물인 걸 알고도 보거나 갖고 있으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광고' 행위가 처벌 대상에 포함된 것, 그리고 단순 소지 처벌을 강화한 건 바뀐 점입니다.
이렇게 법이 조금이나마 바뀌어도, 이른바 '고무줄' 판결이 내려질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선고할 때 참고하라"고 대법원이 제시하는 양형기준이 아직 디지털성범죄엔 없죠.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올 연말에 초안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보통은 기존 선고 형량을 참고해 만드는데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처벌과 예방을 위해 우리 법원이 얼마나 바뀔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영상디자인 : 김충현·조성혜)
오효정 기자 , 김준택,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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