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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반박할 자료가 없어요" 극단선택 전날, 최숙현은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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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 최숙현 선수가 2016년 찍은 증명사진. 연합뉴스


고(故)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조사관과 약 10분 동안 통화한 내용이 공개됐다. 고인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음성이다. 관련 기관 여섯 군데에 SOS를 쳤던 최 선수는 이 통화에서 가해자 측이 반박 증거를 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추가 자료가 없느냐는 조사관의 요구에 최 선수의 목소리는 절망을 느낀 듯 힘이 빠졌다.

7일 YTN에 따르면 최 선수는 극단적 선택 전날인 지난달 25일 오전 훈련을 마친 뒤 대한체육회 조사관과 대화를 나눴다. 최 선수의 생전 마지막 목소리가 된 이 통화는 10분가량 이어졌다. 체육회는 녹음된 분량의 전부라며 2분 36초만 제공했다.

최 선수는 통화에서 “저희한테 항상 비행기 값이라고 하고 돈을 걷어갔지, 훈련비로 쓸 거라는 말을 한 적도 없었다”며 “알고 보니 (경주)시청에서 비행기 값을 다 대줬더라”라고 말했다.

조사관이 “다른 선수들은 진술서를 저쪽(가해자 측)에서 다 받았더라. 반박할 증거가 있다면 보내달라”고 하자 최 선수는 “지금 저희한텐 그런 게 없다”고 답했다.

“기소라던지 불기소 의견 통지를 받은 게 있으면 보내달라”는 이어진 조사관의 요청에 최 선수는 “대구지검으로 넘어간다는 연락밖에 안 받았다”고 말했다.

조사관은 또 “언제부터 언제까지 몇 회에 걸쳐서 얼마를 입금한 것을 정리해달라”, “비행기 값이라고 보내준 부분에 대해 추가 자료가 있으면 보내라” 등의 요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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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체육고등학교 2016학년도 졸업앨범에 실린 고(故) 최숙현 선수 사진. 사진 최 선수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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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청소년을 전문적으로 수사했던 경찰 출신 여성 조사관의 꼼꼼한 증거자료 요구에 최 선수는 주눅이 들었다. 통화 초반 열심히 가해자의 잘못을 설명하던 최 선수는 통화가 이어질수록 낙담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자주 통화해야 한다”는 조사관의 당부를 끝으로 두 사람의 통화는 마무리됐다. 조사관은 “어려운 선택으로 진정까지 했는데 이 부분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게끔 해야 하지 않느냐”며 “그러니 연락이 조금 어렵더라도 자주 연락을 하고 내가 전화하면 잘 받으라”고 말했다.

최 선수 동료는 YTN에 “경주시청 측이 변호사를 사서 다 부인하고 있다는 말을 (최 선수가) 들었다더라”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한체육회 측은 “4월 8일 처음 진정서를 받았을 때 폭행 녹취록이나 입금 기록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며 “사망 나흘 전 비로소 이 증거들의 존재를 알게 돼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YTN은 보도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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