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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종부세 따라 널뛴 강남 집값…찔끔 올리자 18억, “완화”에 19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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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책 오작동, 부글부글 민심

유예기간 줬던 8·2대책 효력 미약

분양가상한제 등 아직 시행 안돼

다주택자 대출 막은 9·13 대책 효과

고가주택 보유자·다주택자 의식해

부동산 정책 흔들리면 시장 불안

정부·여당 일관된 메시지 중요


한겨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개최, 부동산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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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구1주택 실수요자에게 종부세를 중과하는 것은 큰 고통을 준다. 실수요자의 현실을 감안한 고려가 필요하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지난 4월2일, 한 토론회)

“(강남이) 재건축과 종부세 민원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걸 해결하려면) 집권 여당의 힘 있는 김 후보 정도는 돼야 한다.”(이인영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지난 4월7일, 김성곤 강남갑 후보 도곡시장 지원 유세)

6·17 대책 이후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고가주택·다주택자 과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여당은 불과 석달 전 총선 때만 해도 입장이 사뭇 달랐다.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종부세를 완화하겠다는 발언이 나왔다. 지난해 말 12·16 대책으로 조성된 ‘종부세 강화’ 분위기는 총선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종부세 완화’로 반전됐다. 강남3구를 비롯해 용산, 양천, 분당 등 고가주택들이 많은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은 “종부세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현역이었던 최재성·박경미·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미래통합당이 기존에 발의했던 것과 대동소이한 종부세 완화 법안을 발의했다. 고가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는 ‘세금폭탄 피해자’, ‘종부세 사각지대’ 등 구제 대상으로 간주됐고, 이 과정에서 ‘자산 대물림을 막는 공평한 세금’이라는 종부세의 원래 취지는 사라졌다. 지난 4월 강남구의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19억4천만원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의 아파트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정부 여당이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쪽으로 부동산 정책을 후퇴시킬 때마다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이 초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여당의 일관된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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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서울 평균 2억4천만원 뛸 때 강남은 6억6천만원 뛰었다


7일 한국도시연구소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자료를 토대로 지난 3년(2017년 7월~2020년 6월) 서울 전체와 강남구, 송파구의 월별 거래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거래금액(매매가격 평균) 저점과 고점의 차이가 강남구는 6억6천만원(12억8천만원→19억4천만원), 송파구는 5억4천만원(8억6천만원→14억원)으로 서울 평균 2억4천만원(6억2천만원→8억6천만원)의 2~3배에 이르렀다.

고점을 찍은 시점은 정부의 종부세 관련 입장이 후퇴한 때였다. 두번째 고점은 여당이 종부세 완화를 언급한 지난 총선 때다. 첫번째 고점은 2018년 8월 강남구가 18억2천만원, 송파구가 10억7천만원을 기록했을 때다. 이 직전인 2018년 6월 초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종부세를 강화하는 방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6월 말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문재인 정부 종부세 개편 권고안과 7월 기재부가 확정한 종부세법 개정안은 시민사회로부터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할 수 없는 찔끔 증세”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이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종부세 납세자의 91%(27.4만명 중 24.8만명)가 세율 인상에서 제외됐다. 흔히 ‘똘똘한 한 채’로 일컬어지는 강남 고가 1주택자(시가 18억~23억원)의 종부세율(0.5%)도 변동이 없었다. 세부담 상한 역시 150%로 기준을 유지해 세율이 높아지는 다른 과세구간에서도 증액을 제한했다. 당시 기재부 보도자료를 보면, 시가 23.6억원 주택에 사는 강남 고가 1주택자의 세부담은 28만원(187만원→215만원) 늘어나는 수준에 그쳤다.

비판이 쏟아지고 시장 과열이 심해지자 정부는 한달 뒤 9·13 대책을 내놓았다. 시가 18억~23억원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 종부세율도 0.2%포인트(0.7%) 인상됐고, 다주택자(176억원 초과)의 경우 2.8%에서 3.2%로 0.4%포인트 더 높아졌다. 지난해 말 나온 12·16 대책은 이 세율을 4%로 더 높였으나,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집값 안정과 관련된 정치적인 메시지는 엄청 센데, 그에 비해 정책적인 수단은 실망스러운 게 많았다”며 “투기세력이나 자산가 계층을 옹호하는 주장을 너무 의식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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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8·2 대책 때 나온 분양가상한제 아직도 시행 안 돼


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부동산 종합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 2017년 8·2 대책은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기존 최대 70%에서 40%로 줄였지만, 시장의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강남은 8·2 대책 이후 3개월이 지난 11월에 14억원을 넘어섰고, 송파도 9억5천만원으로 2017년 7월(8억6천만원)에 견줘 1억원 가까이 뛰었다.

8·2 대책 당시 처음 나온 분양가상한제 정책은 시행 유예를 거듭하면서 집값 안정의 걸림돌이 됐다. 8·2 대책 당시 정부는 민간 분양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9월 내로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2년이 지난 2019년 8월에야 정부안을 발표했다. 운만 떼고 현실화하지 않은 정책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토지주택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7년 2160만원(3.3㎡)이었던 서울 아파트 분양값은 2018년 2804만원으로 30% 가까이 올랐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분양가 상승폭이 2억원(7억1천만원→9억2천만원)에 달하는 수치다.

2019년 8월 정부안이 발표되기 전 송파구의 평균 거래금액은 2019년 5월(12억3천만원) 12억원대를 돌파해 2017년 7월(8억6천만원)에 견줘 이미 급등한 상태였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국토부의 정부안 발표 뒤에도 “당정 협의가 필요하다”며 시간을 끌었다. 홍남기 부총리는 9월 초 한 방송에 출연해 “분양가상한제는 10월 초 바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유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결국 10월 분양가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때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부여됐다. 유예기간이 끝난 지난 4월엔 코로나를 이유로 7월28일까지 재차 시행이 보류됐다. 문재인 정부 3년 간 분양가상한제라는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부재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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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다주택자 주택 구입 막은 9·13 대책만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2018년 9·13 대책이었다. 당시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서울을 비롯한 규제지역 내 주택 신규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다. 임대사업자에 대해 종부세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거둬들인 것도 2018년 9·13 대책이다. 대책 한달 전인 8월 주택거래량(1만4966건)이 1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고, 평균 매매가격(7억1천만원)은 7개월 만에 7억원을 넘겼으나 대책 발표 이후 9월부터 주춤하기 시작해 10월(3260건, 6억5천만원) 상승세가 꺾였다. 강남도 18억2천만원 고점을 찍고 9월 17억1천만원으로 주저앉은 뒤 10월엔 15억원까지 떨어졌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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