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등 외곽 공급으론 미흡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로 도심 공급 확대
역세권 콤팩트시티·청년주택도 속도내야
“민·관 윈윈할 수 있도록 맞춤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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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22번째 추가 대책을 곧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기존에 반복됐던 수요 억제책 대신 실효성 있는 공급 확대에 더 방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린벨트 해제와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꽉 막힌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용적률 규제 완화, 상가 공실 활용 등의 대책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꽉 막힌 재건축·재개발 “유연한 접근 필요”=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에 3기 신도시 개발과 각종 주택사업 등을 통해 약 77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진척이 느리고, 정작 수요자들이 가장 몰리는 서울에 대한 공급 대책은 미흡하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집값이 상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6·17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서울의 매매가격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고, 전셋값의 경우 53주 연속 상승하며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상당수 전문가는 정비사업을 제외하고 도심 공급 방안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최근 시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향후 5년 내 서울 거주 희망 지역’으로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이 전체 38.5%의 응답을 받으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은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3기 신도시가 공급되기 전에 토지보상문제 등으로 공백기간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인데, 만약 공급 타이밍이 안 맞게 되면 더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강남 등 핵심 지역의 재건축·재개발을 막는 방식보다 조합원에게 이익을 좀 더 주는 대신 공공임대를 확대하는 등 유연한 방식으로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고,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계속 보내는 것이 장기적인 가격 안정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아파트(3930가구), 여의도 시범아파트(1578가구) 등의 경우 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 지원해 줄 경우 빠른 사업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관 윈윈해야” 역세권 콤팩트시티·청년주택 추진 속도전=수도권 주요 지자체가 추진 중인 역세권 고밀도 개발 사업의 경우 민관 합동 방식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서울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주문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역세권 개발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역세권 활성화 사업은 도심 내 부족한 공공임대시설(오피스·상가·주택), 공용주차장 등을 동시에 확충하고 교통혼잡과 미세먼지, 개발 가용지 고갈 등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는 지난 4월 역세권 인근 토지를 맞춤형으로 고밀·복합 개발하는 ‘콤팩트시티’ 구상안을 발표하고, 첫 시범사업지로 공릉역·방학역·홍대입구역·신림선110역(예정)·보라매역 등 5곳을 선정한 바 있다. 콤팩트시티는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지역 등으로 용도 상향해 용적률을 높이고, 증가한 용적률의 50%를 공공기여 할 경우 나머지는 민간 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시는 시범사업지 이외에도 시내 총 307개 역세권 중 260여 곳에 콤팩트시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관련, 박원순 시장은 “새로운 도시공간 창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킬 곳은 지키고 활성화할 곳은 활성화하는 맞춤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 역시 “기존에 나온 문제점을 보완해 민·관이 윈윈할 수 있도록 속도감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시가 민간사업자에 건물 용적률 완화,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주고 사업자가 역세권에 공공·민간 임대주택을 지어 시세보다 저렴하게 청년층에게 우선 공급하는 정책이다. 시는 2022년까지 역세권에 청년주택 8만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용적률 인센티브·상가 공실 활용 등 제언 잇따라=층고 제한과 용적률 규제 완화, 상가 공실 활용을 통한 공급 확대에 대한 제언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태희 박사는 “강남 같은 경우 지하철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고밀도 개발이 충분히 가능한 지역”이라면서 “모든 층고 제한을 풀자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임대주택을 늘리는 등 고밀도 개발을 늘리는 것도 공급 확대의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용산구 이촌동에서 최대 56층 규모로 재건축된 래미안첼리투스의 경우 기부채납 면적을 25%까지 늘리는 대신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공실률이 높은 꼬마빌딩을 공유주택으로 탈바꿈하고, 상업 지역에 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 등도 현실성 있는 공급 방안으로 거론된다. 한 건설업계 고위 관계자는 “상업지역의 경우 초기 단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참여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임대주택 비율을 늘리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주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용적률 완화로 토지 소유자와 개발회사에 과도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 “일정 부분의 이익 향유는 인정하되 개발이익 환원장치를 만들어 다시 임대주택기금 등에 활용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대근·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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