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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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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秋장관 수사지휘 사실상 수용…추미애 "만시지탄이나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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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전 관용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검은 이날 "채널A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게 됐다"고 밝히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사실상 수용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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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채널A 기자의 부적절 취재 의혹' 사건(채널A 사건)과 관련해 9일 "이 사건을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됐다"고 밝히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사실상 수용했다. 이에 추 장관은 "만시지탄이나 장관 지시에 따른 것은 국민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답해 양측 갈등은 일시적으로 봉합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검찰에서 현 정부와 여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검찰 정기인사도 앞두고 있어 갈등 상황은 언제든 재발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이날 오전 8시 40분께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결과적으로 채널A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됐고, 이 사실을 오늘(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채널A 사건에 대한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은 추 장관의 지휘가 있던 시점부터 이미 상실된 상태라는 의미다. 추 장관의 지휘 사항을 사실상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이후 7일 만이다.

추 장관은 9일 오전 10시 "이제라도 장관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검의 입장 표명으로 '채널A 사건' 수사지휘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양측이 다시 충돌할 여지는 여전히 많다.

양측은 각자 입장을 밝히면서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대검은 이날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 때 윤석열 총장의 직무배제를 언급했다. 윤 총장은 당시 특별수사팀장이었다. 추 장관 수사지휘의 부당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추 장관은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채널A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이라고 답했다.

법무부와 대검은 또 '독립 수사본부 설치' 논의 과정을 두고 정반대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대검은 이날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 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았고, 어제(8일)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당초 지난 7일 총장의 입장을 밝히려 했으나 법무부가 먼저 (수사본부 설치를) 협의하자고 해 입장 발표가 늦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국장까지 보고된 사안이고, 법무부에서 공개적으로 건의해주면 장관에게 보고하겠다고 해서 어제(8일) 건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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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


반면 법무부는 "(수사본부 설치안을) 실무진이 검토했을 뿐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고, 이를 공개 건의해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영대 서울고검장(57·사법연수원 22기)을 수사본부 팀장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도 설명이 엇갈렸다. 대검 관계자는 "법무부가 특정했다"고 말했고, 법무부는 "대검이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추 장관은 윤 총장이 건의한 '독립 수사본부 설치' 중재안을 거부했다.

또 검찰은 현재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사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후원금 배임·횡령 의혹' 사건, '추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 사건 등을 수사 중이다. 이를 두고 추 장관과 여권의 검찰 흔들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장관이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선례가 남은 것인데, 여권에 부담을 주는 수사에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달 말 검찰 정기인사를 앞두고 양측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 윤 총장과 가까운 참모진을 대대적으로 전보시켰다. 당시 추 장관과 윤 총장은 검사장 인사안에 대한 검찰총장 의견 청취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법무부 내부 논의 과정에서 작성된 입장문 가안이 전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에게 유출된 사실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 문제에 있어 법무부와 여권 정치인들이 긴밀히 협의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전날 추 장관이 윤 총장의 '독립 수사본부 설치' 건의를 거부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법상 지휘를 받드는 수명자는 따를 의무가 있고 이를 따르는 것이 지휘권자를 존중하는 것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대안을 꺼내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님. 검사장을 포함한 현재의 수사팀을 불신임할 이유가 없음'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 입장문은 전날 오후 7시 20분께 추 장관이 직접 작성했고,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언론에 공개했다.

법무부는 "추 장관은 두 가지 메시지가 모두 언론에 배포된 것으로 알았고, 보좌진을 통해 (가안의 내용이) 지인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 소통 오류에서 비롯된 일이며 최 대표에게 보낸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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