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보유세 부담 강화…불로소득 환수
거래세 낮춰 다주택자 보유 매물 시장 유인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의 아파트단지. 2020.06.28. amin2@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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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설익은 정책이 시장의 혼란을 키운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거래세(양도세·취득세)를 모두 올리면 집주인이 집을 팔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없어지고, 집값 및 전·월세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세 인상이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 강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종부세 강화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가 맞는 방향"이라며 "부동산 가격의 동정을 봐가면서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 보유세를 강화해 실수요자 위주로 부동산시장을 재편하는 동시에 거래세를 낮춰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정부와 여당이 보유세 인상에 이어 단기 주택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대폭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일관된 원칙 없이 극약처방만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정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1년 미만 보유한 주택에 대해 양도세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양도세율로는 단기 투기로 얻는 불로소득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부동산 단기 매매로 얻는 불로소득에 최대 80%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이면 양도소득세율이 80%, 1년 이상 2년 미만이면 70%가 적용된다. 현재 1년 미만의 경우 40%, 1년 이상 2년 미만의 경우 최소 6%, 최소 42% 수준인 기본세율만큼의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또 분양권 전매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조정 대상 지역 내 주택 분양권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율도 현행 50%에서 80%로 올리도록 했다. 주택 보유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단기 주택 매매에 대해 일종의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조치다.
다만, 거래세 부담이늘어나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아 매물이 줄고, 집값과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8·2 부동산에 대책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율을 10~20% 올렸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면서 서울 집값이 오히려 상승했다.
양도세율을 높이면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만드는 종부세 인상 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종부세와 양도세를 모두 올리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보유하기도, 팔기도 힘든 상황에 직면한다. 또 세금을 전방위적으로 올리면 집을 팔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 떠넘겨 전·월세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시장에선 정부가 3기 신도시와 서울 시내에서 유휴부지를 확보해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린다고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직장과의 거리가 가까운 곳의 주거지를 선호하는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지 미지수다.
또 내년 신규 물량 감소도 부담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아파트 기준 총 2만3217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대폭 늘려 주택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 매물로 나오면 매물 품귀 현상 해소와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요가 많은 서울지역에 당장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정부로서 공급을 늘리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6월 말까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 주택을 팔면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는 제도를 운영했다. 당시 절세용 급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집값이 수억원 하락했다.
하지만 정부는 거래세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자칫 투기세력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거래세 인하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취등록세는 지방세로, 전반적인 세율 인하는 지방재정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지자체의 반발을 불러올 여지가 있다. 일부에선 국세인 종부세가 느는 만큼 이를 지방교부금으로 더 늘리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지자체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거래세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보다 낮다. 다만 거래세 비중은 2.3%로 OECD 평균인 0.8%보다 3배 가량 높다. 부동산관련 총 세금 부담이 3.1%로, OECD 평균 1.9%보다 1.6배 높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종부세 강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가·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더라도 거래세를 낮춰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보유세를 강화하되 거래세를 낮춰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탓"이라며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거래세를 낮춰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물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올리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보유세를 강화하되 거래세를 낮춰 매물을 유도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집값 상승을 제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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