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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소 다음날… 박원순 "너무 힘들다" 14시간만에 주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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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당시 무슨일이

인구 1000만의 대한민국 수도 서울 시정(市政)을 이끌던 박원순 시장은 왜 갑자기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을까. 박 시장이 10일 새벽 북악산 기슭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그의 가족과 참모들은 박 시장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지난 8일 오후 3시 30분쯤 한 젊은 여성이 변호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1층 민원실에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로비에서 일행과 만난 서울경찰청 여성범죄수사팀 소속 여성 수사관들은 이들을 청사 밖에 마련된 별도의 조사실로 안내했다.

이 젊은 여성은 박 시장의 전(前) 비서 A씨였다. A씨는 이날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도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해주었다. A씨에 대한 경찰의 피고소인 조사는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이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제출한 고소장에 담긴 내용들이 사실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CCTV에 찍힌 박원순 시장의 마지막 모습 -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재동초등학교 후문 방범카메라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찍혔다. 이날 오전 10시 44분쯤 공관을 나선 박 시장은 푸른색 모자에 흰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숙이고 걸어갔다(왼쪽 사진). 검은색 배낭을 메고 공관을 나선 박 시장은 다음 날 오전 0시 1분쯤 서울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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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고소장엔 A씨가 '박 시장의 비서로 일하며 수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이 자세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성추행 피해 사례로 주장한 내용은 '박 시장이 텔레그램 등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성희롱성 문자를 반복해서 보냈고, 박 시장으로부터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당한 일이 잦았다'는 것이 요지이다. 음란한 대화 문자를 보낸 것도 고소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시장이 속옷만 입고 있는 사진을 보낸 뒤 비슷한 사진을 찍어 보내도록 요구한 것도 있다고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A씨는 박 시장이 보낸 사진과 대화 내용을 경찰에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에 대한 성추행 혐의 고소 사건은 곧장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을 거쳐 서울경찰청장에게까지 보고됐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서울경찰청은 상급 기관인 경찰청 본청(本廳)에 이 사건을 보고했다. 박 시장에 대한 고소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경찰청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을 통해 사건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보고 시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A씨에 대한 조사가 자정을 넘긴 심야에 끝이 났으므로, 9일 새벽에서 이른 오전 시간대 사이에 보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박 시장 주변에서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 9일 오후 5시 17분, 박 시장 딸이 "아버지가 유언 같은 이상한 말을 하고 공관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팀은 A씨의 고소장과 조사 내용을 토대로 수사 밑그림을 그리던 상황이었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박 시장 행적을 추적했다. 이날 오후 4시쯤 박 시장 휴대전화의 위치 신호가 끊긴 서울 성북구 북악골프연습장 인근 북악산 자락을 중심으로 경찰관과 소방관 770여명을 동원하고 수색견 9마리까지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박 시장은 10일 오전 0시 1분 북악산 팔각정과 삼청각 사이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의 마지막 하루는 평소와 달랐다. 보통 아침 일찍 출근하는 박 시장이지만, 9일엔 새벽부터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출근하지 않고 공관에 머물렀다고 한다. 박 시장은 이날 점심을 국무총리 공관에서 정세균 총리와 함께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무렵 정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너무 힘들다. 죄송하다"며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비서 A씨의 고소와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 간에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날까지 주변에서 아무런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던 박 시장의 이런 급작스러운 변화를 감안하면 A씨의 고소 내용이 박 시장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를 전후한 시점에 박 시장이 A씨의 고소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박 시장은 고소 내용을 반박하고 맞서는 대응을 선택하지 않았다.

박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경찰은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한 더 이상의 수사를 벌이지 않고 검찰에 사건을 넘기기로 했다.

[이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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