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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해찬, 박원순 의혹 묻자 "×× 자식" 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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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여권 인사들 줄줄이 애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고인은 저와 함께 유신시대부터 민주화 운동을 해온 오랜 친구"라며 "80년대 이후 시민운동의 씨앗을 뿌리고 크게 키워낸, 시민운동계의 탁월한 인권변호사였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장을 맡으신 후에는 서울시민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 일해 오셨다"고도 했다.

조선일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박 시장 성추행 의혹을 묻는 기자에게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묻습니까"라고 화를 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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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오후에 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조문을 마친 이 대표는 "친구가 이렇게 황망하게 떠났다는 비보를 듣고 참 애석하기 그지없었다"며 "앞으로도 박 시장님의 뜻과 철학이 잘 살아날 수 있도록 서울시를 위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뒷받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 기자가 "고인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는데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것을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해당 기자를 노려보며 "최소한도로 가릴 게 있고…"라고 하다가 "××자식 같으니라고"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박 시장 가족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느냐' '박 시장과 마지막으로 언제 연락했느냐' 등 취재진의 다른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민주당 대변인단은 이날 오후 해당 기자의 언론사 측에 "이 대표가 박 시장과 오랜 관계가 있다 보니 격앙돼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했다"는 취지로 이 대표 대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여권 인사들은 이날 일제히 박 시장에 대해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 서울시민들에게 헌신한 서울시장"이라고 기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서울시민들을 위해서 할 일이 많으신 분인데 매우 안타깝다"고 했고, 박병석 국회의장은 조화를 보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아침부터 여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페이스북에 애도의 글도 올렸다. 이낙연 의원은 "마음이 아프다. 명복을 빈다. 안식을 기원한다"고 했고, 김부겸 전 의원은 "고인은 시민사회의 역량을 드높여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하셨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박원순, 나의 형님"이라며 "인권변호사로, 사회운동가로, 자치단체장으로, 당신은 늘 저보다 한걸음 앞서 걸어오셨다. 당신이 비춘 그 빛을 따라 저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김영주 의원은 "서울시민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시던 열정적인 시장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고 했다. 안규백 의원은 "하늘은 재주 있는 자를 시기한다더니 무엇이 급하셔서 그리 가셨나. 하늘도 서러워 통곡의 비가 내리고 있다"고 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많은 사람에게 언제든 찾아가 깃들고 싶은 큰 산 같은 분이셨다"고 했다. 친문(親文) 비례당인 열린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박 시장이 촛불 집회를 보장했던 것을 상기하면서 "천만 촛불 광장을 지켜주셨던 고인을 잊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는 박 시장의 '고통'에 공감을 표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박원순계인) 박홍근·기동민 의원도 (성추행 혐의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한다"며 "당내든 어디든 이 고민을 나눴던 사람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자신에게 가혹한 박원순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신동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마지막 외로운 선택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편으로 우리를 남기고 떠난 그에게 서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고 했다.

여권 인사 중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나 그 피해자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표적인 박원순계 의원으로 꼽히는 박홍근 의원은 이날 오전 빈소 앞에서 진행된 박 시장 유언장 공개 직후 발언을 자청했다. 그는 "지금 SNS상에 근거 없고 악의적인 출처 불명의 글들이 퍼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고인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충격과 슬픔에 빠진 유족들이 더욱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부디 이런 무책임한 행위를 멈춰 달라"고 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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