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30 (토)

[단독] 美서 모습 드러낸 이혁진 "옵티머스 주범 따로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9일(미국시간) 이혁진 전 대표의 아내가 운영하는 샌호제이 소재 학원에서 2018년 3월 22일 당시 대통령 전용기를 타지 않았다며 자신이 예약한 항공 예약권을 보여주고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LA중앙일보 김상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 중지된 이혁진(53)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전 대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최근 환매중단 사태가 일어났고 현 대표 등 관련자 3명이 구속됐다. 미래통합당에선 이 전 대표가 2018년 3월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로를 따라 해외로 도피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이 전 대표는 9일(현지시각) LA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가 기자와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순방지 베트남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만나



중앙일보

이혁진 전 대표가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성일종 미래통합당 의원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2018년 3월 문 대통령의 순방지였던 베트남과 UAE를 방문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이 전 대표는 첫 번째 순방지인 베트남에서 동포간담회에 참석한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을 만났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3월 21일) 옵티머스 주총에서 김모 대표에게 회사를 강탈당했다”며 “다음날 대통령이랑 베트남을 가는 금융위원장을 만나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고 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쫓아간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 전 위원장을) 만나서 행사 와중에 그런 얘기를 했죠. 알아보겠다고 했고 그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동포간담회 행사장으로 보이는 무대를 배경으로 최 위원장과 사진도 찍었다. 다만 행사가 끝난 후에 찍은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에 대해 최 전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와 사진을 찍었는지 모르지만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한양대 동기’ 임종석 동행한 UAE도 방문



이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의 두 번째 순방지인 UAE로 이동해 현지 동포간담회가 열린 호텔 전경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UAE는 어떻게 갔느냐”는 질문에 “제가 표를 끊어서 갔다”고 답했다. 최 전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UAE 순방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UAE는 왜 방문했느냐’라는 질문에 “그건 제 개인 의사고 자유”라고만 답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UAE 순방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이 수행했다. 임 전 실장과 이 전 대표가 같은 시기에 UAE에 있었다는 얘기다. 임 전 실장은 이 전 대표와 한양대 86학번 동기로 임 전 실장은 무기재료공학과, 이 전 대표는 경제학과를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임 전 실장은 고교(상문고) 후배를 통해 알았다. 사적으로 만날 정도로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따로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2006년 3월 임 전 실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 이사로 선출된 전력도 있다. 하지만 3개월 뒤 이사 선임이 취소됐다.

이 전 대표는 베트남과 UAE를 거쳐 이후 미국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본지에 “고소당했다고 바로 출국금지가 되느냐”며 “금융 마피아들에게 환멸을 느껴서 그랬다(출국했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사태 주범은 내가 아닌 사업가 A 씨”



중앙일보

이 전 대표가 2018년 3월 2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모 대표 등이 동원한 사람들에게 쫓겨나고 있다며 제공한 사진. 사진 이 전 대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5000억원대 펀드 환매중단 피해를 일으킨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사건의 주범은 내가 아닌 금융계와 법조계 거물 끌어들인 사업가 A 씨”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 7일 옵티머스 김모 대표와 2대 주주인 이 모 씨, 옵티머스 사외이사였던 윤모 변호사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대표는 2009년 옵티머스 전신인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을 설립한 뒤 2017년 경영권 분쟁을 빚으면서 대표직을 내놨다. 옵티머스의 각종 서류를 위조한 혐의를 받는 윤 변호사의 아내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 전 대표는 “검찰에서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4000억~5000억 돈이 얼마나 어떻게 누구한테 흘러 들어갔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정당하고 떳떳하고 아무런 부끄럼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수사를 진행했던 수원지검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어떤 건으로 기소중지됐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며 “해외에 있는 기소중지자의 신병 확보 문제도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피의자가 유유히 출국장 빠져나가”



하지만 야당에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희석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10일 “법무부는 피의자 신분인 이 전 대표가 어떻게 유유히 출국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는지 해명해야 한다”며 “검찰은 (옵티머스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 전 대표를 즉시 귀국시켜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베트남 순방 공식 수행원 아니야”



청와대는 이날 윤재관 부대변인 명의 브리핑을 통해 “옵티머스 전 대표와 대통령 해외 순방을 연결하는 보도가 있었다”며 “이 전 대표가 2018년 3월 베트남 순방 때 동포간담회에 참석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행사 초청 대상에 포함된 적이 없었고, 당시 순방의 공식 수행원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LA 중앙일보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