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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또 나온 집값 증세 대책...“실수요·투기수요 이분법이 실패 불렀다"[집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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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수요 고려한 실질수요 바탕 대책 돼야

현재의 주택수요인 '실수요 개념'은 한계

투기수요 일부 있지만 대부분 미래 수요

실질수요 기반, 강남진입 희망수요만 ‘17만 가구’

수요 억제 대신, 또 다른 강남 만들어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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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7년 이후 ‘7·10 대책’까지 무려 22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통해 백가쟁명식 정책을 쏟아냈다. 강남 집값도 잡고, 외곽 집값도 잡고, 전세가도 잡고, 투기꾼도 잡으려 했지만 현실은 취지와 달라져 있다. 강남을 잡으려 했지만 충청도까지 규제 지역이 돼 있고 서울 전역에서 4억 은 커녕 6억 이하 아파트도 찾기 힘들어진 식이다. 부동산 대책은 이제 고차방정식을 넘어 양자물리학이 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무엇부터 풀어야 할까. 학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윤주선(사진)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도 마찬가지다. 윤 교수는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선정한 2020년 도시계획 명예의 전당에 오른 학자다. 그는 얼마 전 ‘서울 집값 잡을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건설주택포럼 정책세미나에서 현재 정부가 이야기 하는 ‘실수요‘라는 개념은 폐기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안으로 ‘실질수요’를 제시했다. 잘못된 개념으로 접근하니 잘 못된 정책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실질수요는 어떤 개념인가. 실수요와는 뭐가 다른가.

현재 정부에서는 ‘1가구 1 주택’을 가정해 실수요라는 개념을 쓰고 있다. 주택에 실제 거주하기 위해 주택을 구입하는 수요라는 뜻이다. 이외의 수요는 가수요로 본다. 서울시 자가보급률이 40% 수준이던 80년대에는 맞았을 수 있으나 지금은 일종의 이념적 용어가 됐다. 가수요는 의도적으로 제외한 채 공급이나 정책 시행을 하기 때문에 1가구 1주택 이외 수요는 엄연히 존재하지만 빠지게 된다. 이에 시장이 왜곡되고 주택 정책 효과가 미흡해지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실질수요는 이와 달리 노후 대비나 결혼 등 미래 거주를 위한 수요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구매와 임차를 아우르는 실제적인 수요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살집을 미리 사둔다거나, 노후에 살 주택 등 미래 거주 수요도 포함된다. 부동산 시장과 가격은 이런 다양한 역동성을 고려한 수요로 인해 움직이기 때문에 실수요로는 특정 지역에 대한 인기 등을 고려하기 어렵다.

-실질 수요 개념에서는 투기수요를 구분할 수 있나.

투기수요는 일종의 허위 개념에 가깝다. 물론 투기라고 할만한 행위는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 투자행위가 그렇다. 이런 단기 분양권 거래, 전매 등은 제한하는 게 맞다.

그러나 다주택이 투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 거주 수요를 반영할 수도 있고, 만약 집이 하나 있는 사람이 집값이 오르니 한 채 더 투자를 했다고 하자. 이를 투기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설령 투기라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는 집값 상승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특히 부동산은 임대료와 집값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집이 2채 이상이라거나,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는 점으로 투기로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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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서울의 실질 수요는 어느 정도 규모인가

동남권(강남4구)으로 이주하려는 수요만으로 한번 좁혀서 보자. 최근 1,038명의 유효 표본을 구축해 거주지역과 연령별로 실질 주택 수요자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서울 동남권을 5년 내 구매희망 지역으로 꼽은 비율이 전체의 42.6%에 이르렀다. 이미 도심 근처에 거주하는 가구를 제외하고, 도심으로부터 반경 25~50㎞에 거주하는 대기 수요 500만 가구만 치더라도 이들의 42.6%는 213만명, 총 85만 2,000가구다. 연간으로는 약 17만 가구에 이른다. 그런데 한국감정원에서 산정한 필요 주택 수는 서울을 통틀어 연간 8만 4,000호에 그친다. 실질 수요를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강남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한가

아니다. 강남 그린벨트 해제는 답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실질 수요의 규모를 인정하고, 강남으로 향한 이 수요를 분산하라는 이야기다. 정책이 집값을 잡으려고 하기보다 강남과 비강남의 가격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해야 한다. 그게 궁극적으로 집값을 더 안정시키는 길이다. 수도권 집값은 반포가 가장 비싸고 반포로부터의 거리가 멀수록 집값이 낮아지는 동심원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구조는 2000년 이후 심화 돼 지금은 고착단계에 이르렀다. 이를 깨지 못한다면 수도권 집값은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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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원 구조를 깰 수 있는 지역에 공급해 수요를 분산하라는 것인가.

그렇다. 전략적으로 제2, 제3의 강남을 만들어줘야 한다. 강남사람들도 그 쪽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동네, 다른 지역 사람들도 강남 외에 가고 싶어하는 동네가 생기면, 수요가 강남으로 몰리는 동심원 구조를 흔들 수 있는 것이다. 17만 명의 수요가 강남으로 집중되면 강남 가격이 계속 오르고, 거기에 따라 주변 가격도 순차적으로 오르게 된다. 만약 제2, 제3의 강남이 있다면 수요 분산으로 강남의 가격 상승폭이 적어져 결과적으로 전체 지역의 집값도 안정되는 것이다.

-강남 수요를 흡수할 대체 지역의 조건이 있나

너무 멀면 안된다. 도심에서 50㎞ 이상 떨어진 곳은 인구 구조의 변화등을 고려할 때 힘들다. 이에 3기 신도시, 4기신도시 등 점점 멀어지는 곳은 대체지가 아니다. 신도시 중에서는 오히려 1기 신도시의 기능개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1기 신도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의미하나

강남 동심원 구조가 한번 흔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1기 신도시가 초기에 완성됐을 때다. 당시 강남과 도심 수요가 일산, 분당 등으로 많이 흡수됐다. 현재 1기 신도시는 노후문제만 해결하면 의료, 교육, 교통 등 인프라가 성숙하고 입지가 좋아 충분히 수요 분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재건축, 스마트시티 등 모두 포함해서다.

한편 윤 교수는 이번 ‘7·10 대책’에 대해 “세금으로 부동산 수요를 잡겠다는 것은 가격 구조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세금을 올리면 임대료를 올리게 되고, 결국 부동산 가치가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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