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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레이더P] 故 백선엽 장군 대전현충원 안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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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2일 오후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故 백선엽 장군의 빈소를 방문해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사진=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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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밤 별세한 고 백선엽 장군의 빈소에는 주말 사이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의 안장이 서울이 아닌 대전 현충원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12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마련된 故 백선엽 장군의 빈소에는 100여개의 화환이 줄지어 있었다. 고인의 장례식은 이곳에서 육군장(5일장)으로 진행되고 있다.

빈소 입구에는 박진, 정진석, 홍준표, 태영호 등 미래통합당 및 야권 의원들이 보낸 조기들이 세워져있었다. 나란히 줄지어 있는 10여개의 조화 중에는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 명의의 조화도 있었다. 로버트 에이브람스 현 주한미군사령관은 13일 직접 조문을 올 예정이다. 에이브람스 사령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주한미군을 대표해 백선엽 장군의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에이브람스 사령관은 "백 장군은 현재의 한미동맹을 이룩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신 분"이라며 "우리가 그리워할 영웅이자 국가적 보물"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의 조문 흔적은 드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민홍철 의원만이 이날 오전 빈소를 다녀갔다. 군 법무관 출신으로 육군본부 법무실장과 고등군사법원장을 지낸 민 의원은 이날 본인의 SNS를 통해 고인에 대해 "'6·25전쟁의 영웅'인가 아 아니면 독립군을 토벌한 '힌일반민족행위자'인가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해방 이후 국군의 창설에 참여한 후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낙동강전투에서 국군1사단의 전투지휘관으로서 휘하 부대원들과 함께 전공을 세웠고, 그 전투를 계기로 반격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백 장군의 안장식이 서울 현충원이 아닌 대전 현충원으로 정해진 것에 대해서는 "현행법은 6·25 참전 유공자에 대해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도록 규정돼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9시께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민주당은 백 장군의 별세에 대해 별다근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을 계획이다.

야당 의원들은 백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을 두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전날 SNS를 통해 "백 장군과 함께 싸워 이 나라를 지켰던 국군 용사들은 대부분 동작동에 잠들어 있다"며 "6·25전쟁 중 전사한 12만 호국영령들은 지하에서 '우리의 사령관 백선엽 대장과 동작동에서 함께 하겠다'고 외칠 것"이라고 했다. 육군 중장 출신인 신원식 통합당 의원도 "지금의 국립서울현충원은 원래 6·25전쟁 전사자를 위해 조성된 곳"이라며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조국을 구한 백선엽 장군을 그곳에 모시지 않는다면 대체 누구를 위한 곳인가"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고인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지만 서울현충원의 경우 1996년 이미 장군묘역이 만장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한국전쟁 영웅인 고인이 6·25 전사자들이 묻혀 있는 서울 현충원에 안장돼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그의 친일행적 논란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빈소 밖 복도 한켠에는 백 장군이 큰 공을 세운 다부동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다부동전적기념관 명의의 조화도 눈에 띄었다.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꼽히는 다부동전투는 백 장군이 당시 1사단장으로 북한군 3개 사단을 격퇴시킨 곳이다. 백 장군이 스스로 권총을 빼들고 '나를 따르라'며 적진으로 뛰어든 일화로 유명하다. 백 장군은 생전 가족들에게 국립현충원에 묻히지 못한다면 다부동 전적지에 묻히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빈소 밖에는 백 장군의 6·25전쟁 도중 활약상을 담은 사진들도 전시돼있었다. 1950년 8월 신성모 국방장관에게 다부동 전황을 보고하는 모습, 1950년 10월 평양 탈환 상황을 미 1군단장인 밀번 소장에게 보고하는 장면 등이 촬영된 사진들이 조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백 장군의 분향소는 광화문 광장에도 마련됐다. 이날 광화문광장 분향소를 찾은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백선엽 장군은 나라를 구한 구국영웅, 한미동맹의 산 증인이자 전설"이라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김 원장은 백 장군을 둘러싼 현충원 논란에 대해 "1952년 육군참모총장 시절 이승만 대통령이 백 장군과 비행기로 서울 근교를 돌아보며 한국전쟁의 전사자들을 모실 장소로 결정한 곳인 바로 동작동 현충원"이라며 "한국전쟁의 주역인 백 장군이 서울 현충에 모셔지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히 대전이 아닌 서울 현충원에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살아 생전 고인은 가족들에게 11만명의 6·25전우들과 함께 서울 현충원에 묻히고 싶다고 반복적으로 말해왔다"고 덧붙였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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