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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보유해도, 매매해도 세금폭탄" 버티기 들어간 다주택자 [현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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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초 부동산 중개업소
'맷집' 생긴 시장, 관망세 돌아서
내년 6월까지 유예기간인데
당장 집 내놓고 팔 사람 없어
되레 집값 상승 부추길듯


파이낸셜뉴스

12일 서울 잠실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밀집지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한달도 안돼 7·10 대책을 내놓자 시장이 '버티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사진=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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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을 갖고 있어도, 팔아도, 사도 엄청난 세금을 물어야 하는데 누가 움직이겠어요. 주변에 다주택자들은 앞으로 양도세나, 종부세나 거기서 거기라며 규제완화 시까지 이 악물고 버티겠다는 겁니다."(반포동 A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정부가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대폭 강화하는 7·10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이미 21차례의 부동산 대책으로 '맷집'이 단련된 탓이다. 현장 중개사들도 이번 대책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주택자에게 부여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양도소득세(양도세) 유예기간이 되레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세금폭탄에 "우선은 버텨보자"


12일 방문한 서울 강남, 서초 일대 중개사무소들은 정부의 7·10 추가 규제에도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매수·매도 문의도 뚝 끊겼지만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라고 현장 중개사들은 설명했다.

반포동 대형상가 내 A 중개사무소 대표는 "정부가 세부담 강화로 앞뒤 퇴로를 다 막아놔서 관망세만 더 짙어졌다"며 "대책 없는 대책에 시장에서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정답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중개사무소 관계자도 "6·17 대책이 나온 지 채 한 달도 안 돼 또 대책이 나오니까 매수 대기자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언제 다시 추가 대책이 나올지 몰라 다들 우선은 지켜보자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다주택자들에게 준 유예기간이 오히려 매물잠김 현상을 부를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정부는 이번 7·10 대책을 내놓으면서 종부세와 양도세 적용 시기를 내년 6월 1일로 유예했다. 다주택자 및 단기 보유자의 매물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강남 도곡동에 있는 C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12·16 대책 때도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부과 기간인 6월 전까지 매물을 붙잡고 있었다가 막바지에 가격을 더 올려서 팔았다"며 "이번에도 내년 6월까지 유예인데 지금 당장 손해를 보면서 팔 매도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당분간은 다주택자 절세용 매물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건축 완화 없어…공급부족 시그널


주택공급 확대계획이 미비한 점도 다주택자들의 '버티기'를 부추기고 있다. 서울 도심 내 공급이 부족한 만큼 향후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와서다.

앞서 정부는 이번 7·10 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규제완화 계획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도심 고밀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신규택지 추가 발굴 등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가 여전히 시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반포동 인근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재건축 규제완화만으로 소규모 신도시보다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등 온갖 규제를 이미 적용하고 있는데 뭐가 두려워서 재건축을 다시 조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재건축을 앞둔 한남동 인근 중개사무소 대표도 "주택공급 방안을 아무리 내놔도 수요자들이 원하는 건 결국 서울 신축"이라며 "공급이 지금처럼 부족하면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를 집주인들도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양도나 취득 시 무거운 거래비용이 발생해 예상과 달리 시장에 나오는 물량이 증가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주택 순환주기가 더뎌져 거래절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 의도와 달리 '증여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에 나온 대책에서 증여세 최고세율이 3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보다 낮다"며 "매각보다 배우자, 자녀에게 증여하는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niki@fnnews.com 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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