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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정치권도 여론도 두쪽…박원순 조문·장례 두고 진영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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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서울특별시葬, 민주당의 공식 가해" vs 여 "망자에 할 도리 아냐"…정의당에도 '탈당 행렬' 불똥

서울시葬 반대 국민청원 50만 돌파 vs 온라인 분향소 100만 육박…성추행 진상규명 놓고 갈등 고조 가능성도

뉴스1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0.7.1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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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김정률 기자,이균진 기자 =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둘러싼 조문과 장례 절차에 따른 '2차 가해' 논란이 여야 갈등을 물론 진영 간 갈등으로 급속하게 확전됐다.

박 시장이 전 비서 A씨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언급을 꺼리며 추모에 집중하는 한편, 미래통합당은 12일 국회서 '2차 가해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조국 사태'와 같이 진영간 대결이 극단으로 치닫고, 시민사회에서도 성추행 혐의에 대한 '2차 가해' 우려로 갈등이 터져나오고 있다.

권력층 성추문이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여러모로 간단치 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또한 13일 장례절차가 끝나면 고인에 대한 추모 형식과 범위, 사회적 파장을 비롯해 성추행 의혹에 대한 여당의 공식 메시지와 대응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야당은 공세수위를 높였다. 통합당은 이날 오전 김은혜 대변인 구두논평을 통해 "대대적인 서울특별시장(葬)은 피해자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가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오후에는 김웅·전주혜·배현진·윤주경·김미애·허은아 통합당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통합당 의원 48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성추행 의혹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경찰에서는 더이상 조사를 하기도 어렵게 됐다. 고소인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적 책임을 묻고자 용기를 냈지만 그 책임조차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고통을 겪게 됐다"며 "더이상 또다른 상처를 주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차 가해가 되풀이된다면 앞으로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 대해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통합당은 2차 가해에 대해 주시할 것이고, 피해자의 용기와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의혹은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이 났지만 통합당은 오는 20일 열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통해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또한 통합당은 고인에 대한 절절한 추모 메시지를 내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은 더 큰 충격으로 아픔을 겪고 있을 피해자를 지켜줄 것을 호소한다"고 김은혜 대변인이 비판했다.

또한 성범죄 피해 여성 지원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출신 정춘숙 의원이나 남인순 민주당 젠더폭력근절대책TF 단장 등 민주당의 대표적 여성 의원들이 '침묵'하는 데 대해선 "지금 상황은 피해자가 아무 사과도 받지 못하고 고인도 용서를 구한다는 메시지가 없다"고 김미애 통합당 의원이 지적했다.

여기에 배현진 원내대변인이 고인의 아들인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재차 꺼내들며 "당당하게 재검받고 2심 재판 출석해 부친을 괴롭혔던 의혹을 깨끗하게 결론내 주시길 바란다"고 하면서 여야 갈등이 극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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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0.7.1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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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민주당은 송갑석 대변인을 통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송 대변인은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라"며 "모욕적 언행을 즉각 사과하라"고 항의했다.

원내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장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중인데 피해자에 대한 발언이나 보궐선거 등에 대해 언급할 수 있겠느냐"고 말을 아꼈다.

장례위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은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빈소를 나서며 뉴스1과 만나 "이렇게 자발적으로 추모객들이 많이 오시니 고인의 마지막 가시는 길이 서운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저쪽(야당)에선 또 망자에 대한 프레임을 걸고 하는데 인간적으로 할 도리가 아니다"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2차 가해' 문제에 대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조심스러운 메시지가 나왔다.

장례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위 기자회견을 갖고 "고인을 추모하는 어느 누구도 피해 호소인을 비난하거나 압박하고 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길 거듭 호소한다"고 2차 가해 및 2차 피해를 우려했다.

이어 "가짜뉴스와 추측성 보도가 고인과 유가족, 피해 호소인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자제를 거듭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성추행 피해자를 고려해 조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낸 류호정·장혜영 의원에 항의하며 탈당 행렬까지 이어졌다. 박 시장에 대한 조문 여부와 스탠스가 범여권 지지자들을 갈라놓고 있는 모습이다.

성추문이 진보 보수를 가르는 정치적 의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지의식이 강한 진보진영 내 분열을 가져오는 사태를 낳았다.

여권 관계자는 "과거 학생운동 시절부터 여권 정치인들은 동지의식이 세기 때문에 '과오'보다는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고 불의에 싸워온 정치적 업적들을 훼손해선 안된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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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줄 서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0.7.1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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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뿐 아니라 여론도 갈라서 세결집 및 대결 양상을 보인다.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서울시가 구성한 장례위원회가 주관하는 장례)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이틀만인 이날 오전 5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라며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설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별세' 온라인 분향소에도 이날 오후 6시 현재 온라인 헌화가 92만명을 넘어 1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서울시청에 마련된 분향소를 직접 찾아 박 시장을 추모하는 조문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성평등 국회를 지향하며 국회 여성 근로자들이 만든 페미니스트 그룹 '국회페미'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치권의 잘못된 대응으로, 박원순 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를 포함하여 권위주의와 차별로 피해를 겪은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깊은 절망과 배반감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신뢰가 훼손되었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국민이 반으로 쪼개져 맹렬히 반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3일로 박 시장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해당 성추행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나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한동안 여야나 진영간 대결이 고조될 우려도 높다.

통합당에서는 벌써부터 '애도와는 별개로 진실이 규명되어야 한다'는 기조로 전환하고 있으며, 20일로 예정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와 관련해 공세의 고삐를 죈다는 계획이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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