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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비선참모 ‘사면’에 “전대미문 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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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 연루 로저 스톤 감형 후폭풍…참모들도 우려

뮬러 특검, 법치 모독 비판…NYT “닉슨도 안 건넌 선 넘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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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징역형을 받은 로저 스톤이 10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의 감형 발표를 듣고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 자택에서 승리의 ‘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0년 지기 친구인 스톤의 감형을 결정해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포트로더데일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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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징역형을 받은 비선 측근 로저 스톤(67)을 사실상 사면했다. 스톤은 러시아 정부가 2016년 미 대선 때 자국에 우호적인 트럼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말하는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인물이다. 자신과 가깝다는 이유로 죄를 면해준 것이어서, 미국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백악관은 이날 밤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 컨설턴트 스톤의 형을 감형했다고 밝혔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스톤은 좌파 및 그들의 언론계 우군들이 대통령직을 약화시키기 위해 수년간 지속해온 ‘러시아 사기극’의 피해자”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프 또는 트럼프 행정부는 결코 러시아와 공모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의 감형 발표는 형기를 낮춰달라는 스톤 측의 요청을 항소법원이 기각한 지 약 1시간 후에 이뤄졌다. 스톤은 14일부터 조지아주 연방교도소에서 3년4개월간 복역할 예정이었으나 나흘을 앞두고 감형이 발표되면서 감옥행을 피하게 됐다. 스톤은 2019년 1월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플로리다주 자택에 머물다 감형 조치를 받았다. 다만 사면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죄 판결이 기록에서 삭제되지는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40년 지기’ 스톤은 ‘정치공작의 달인’으로 불린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와 관련한 다양한 음모이론을 제기했으며, 러시아가 해킹한 클린턴 전 후보의 e메일을 폭로한 위키리크스와 트럼프 캠프 사이에서 연락책을 맡았다.

그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허위 증언, 증인 매수 등 7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평결을 받았다. 검찰은 스톤에게 징역 7~9년의 중형을 구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강한 불만을 표출한 직후인 지난 2월 법무부가 구형량을 3~4년으로 낮췄다. 당시 1100명이 넘는 법무부 전직 관리들은 대통령 측근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며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했고, 사건을 담당한 검사 4명도 결정에 반발하며 사임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5월 러시아 스캔들 수사 때 허위 진술 혐의를 받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기소를 취하해 비판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트위터에 “로저 스톤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됐을 불법적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다”며 “죄를 저지른 것은 바이든과 오바마를 포함, 우리 캠프를 몰래 들여다본 반대쪽이다. 그리고 발각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버트 뮬러 전 러시아 스캔들 특별검사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스톤은 연방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라면서 “(감형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중죄인”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을 주도했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당)은 “트럼프에게 있어서는 두 가지 종류의 사법제도가 있다. 하나는 죄를 저지른 트럼프의 친구들을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나머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법치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 및 공화당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몇 달간 백악관의 고위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톤에 대한 사면·감형권 행사가 정치적으로 자멸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고 한다. 바 법무장관은 관용을 베풀지 말 것을 권고했고,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 다른 백악관 관계자들도 감형에 반대했다고 NBC는 전했다. 바 법무장관은 측근에게 사임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트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전대미문의 역사적 부패”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당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트럼프는 닉슨조차 건너지 못한 선을 넘었다”고 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의 책임을 자신의 측근들에게 떠넘기겠다는 의도로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등에게 사면을 약속했지만, 사면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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