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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與 "님의 뜻 기억" 현수막… 野 "조문은 2차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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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사망 파문] 與野, 추모·장례 주말내내 대치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추모와 장례 문제를 두고 여야(與野)는 주말 내내 대치했다. 민주당은 "박 시장의 뜻을 기억하겠다"며 추모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성추행 논란에 대해선 "고인(故人)에 대한 예의가 우선"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이 2차 가해를 방조하면서 박 시장을 미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권은 박 시장에 대한 조문도 반대하거나 취소했다.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현수막을 내걸었다. '님의 뜻을 기억하겠다'는 문구를 여성 2명이 읽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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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13일 열릴 박 시장 영결식을 앞두고 서울 시내 곳곳에 '박원순 시장님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임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 문구를 두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최소한의 예의·존중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잊지 않고 계승하겠다니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추행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해찬 대표가 박 시장 공동장례위원장을, 김태년 원내대표가 부위원장을 맡았다고 밝혔다. 장례위원엔 민주당 의원 10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뿐 아니라 민주당 차원에서 치러지는 장례라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박 시장 추모 발언도 이어졌다. 박범계 의원은 "박 시장은 맑은 분이어서 세상을 하직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사실관계도 모르지만 그분 이야기에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같은 이유로 박 시장의 업적 또한 충분히 추모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유인태 전 의원은 "인간이 다 비슷비슷한 건데 너무 도덕적으로 살려고 하면 다 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저세상에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박 시장 성추행 의혹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허윤정 대변인은 10일 "지금 보도되고 있지 않지만 전혀 다른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박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다른 이유가 있거나, 성추행 논란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신상 털기'가 계속되자 논평을 통해 "무분별한 신상 털기와 비난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사실도 밝혀진 바 없다"며 사과는 하지 않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통합당 지도부는 애초 11일 박 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 관계자는 "박 시장 조문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 시장에게 출마를 양보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지만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통합당은 "민주당 전체가 가해자가 될 작정이냐"라며 "박 시장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다"고 했다. 전주혜 의원 등 통합당 의원 48명은 성명을 통해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즉시 중단하라"고 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박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서울특별시장(葬)은 피해자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가해"라며 "마치 가해자를 찾듯 피해자 색출 작전이 벌어지고 있고 2차 가해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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