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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높아지는 '단통법 폐지' 여론… 개정안 입법으로 '실효성' 논란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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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시행 6년 시장 왜곡 지적… 정부, 연내 개정안 입법 추진
가격차등 허용 대상 확대 목소리… 통신사 마케팅 비용 증가 우려도

최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위반으로 512억원의 역대급 과징금 폭탄을 맞은 가운데, 단통법 폐지 또는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소비자들은 ‘다 같이 비싸게 산다’라는 단통법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당초 취지와 달리 여전히 규제의 빈틈이 생겨 더욱 소수의 구매자들만이 가격 혜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단통법으로 단말 가격과 실제 가계통신 비용이 낮아졌다는 근거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관련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단통법의 부작용으로 시장이 왜곡되고 대다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올해 중으로 단통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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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과거 이통사 입장에서 제품 및 서비스를 차별화하는데 있어 단말기 보조금만큼 유용한 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구매자 간 가격 차별이 발생하는 단말기 판매 보조금을 규제하기 위해 2014년 10월 단통법이 시행됐다. 당시 LTE 서비스 출범 이후 혼탁해진 이통사 간 경쟁을 억제하고 가계통신비를 줄인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단통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 통계상 가계통신비는 낮아졌지만, 이는 소비자들의 신규 단말기 구매 기간이 길어지고 와이파이 보급 확산 등의 영향 때문이란 분석이다. 오히려 단통법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선택권만 제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 2016년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후 가계통신비에 변화가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8.2%가 "이전과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가계통신비가 이전보다 증가했다"는 답변도 30.9%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전보다 줄었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국내 통신 소비자의 80% 이상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도입 후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를 못 느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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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이후 단통법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더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단통법을 개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단통법이 되레 기업이 당연히 해야 할 가격 경쟁을 벌이면 규제하고, 해서는 안될 담합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부통신부·방통통신위원회·이통 3사·이통유통협회·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 협의회’(협의회)가 올해 2월 구성돼 개선 방안 모색에 나섰다. 협의회는 지난 1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온라인 중계 토론회를 열었다. 특히 이날 단통법 개정안에 대한 최종 논의 내용이 공개됐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이용자 차별이라는 문제는 사라진 적 없고, 그 어떤 법도 근본적으로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과열된 경쟁상황으로 볼 때 지원금 상한제나 논의 중인 장려금 규제가 제대로 준수되기 어렵고 특히 장려금 규제는 경쟁 촉진이나 이용자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단통법 개정안에 대한 최종 논의 내용으로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유형에 따른 공시지원금의 합리적인 차등을 허용하도록 제도 개선 △차등 범위는 불필요한 번호이동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으로 설정 △이통사가 일부 유통점에 장려금을 과도하게 퍼주는 행위를 막기 위해 유통채널간 또는 대리점간 합리적인 차등 폭을 설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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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단통법은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유형에 따른 지원금 차별이 금지되고, 요금제에 따른 차등만 할 수 있다. 이통사는 공시지원금을 적어도 7일간 유지해야 하고, 유통점은 이통사의 공시지원금 15% 범위에서 추가 지원금을 이용자에게 지급할 수 있다.

염수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도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 가입유형에 따른 공시지원금의 합리적인 차등을 허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유통망에서 지급할 수 있는 추가지원금의 법정 한도를 현행 15%에서 상향해 유통망 자율성을 확대하고, 공시지원금 유지 기간도 3∼4일로 줄여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은 "업계의 자유로운 시장 경쟁과 국민들의 이익 보호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고민이 크다"며 "협의체의 논의 내용을 참고해 실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통사들은 협의체에서 제시된 단통법 규제 완화 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 간 마케팅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이유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단통법의 부작용에 대해선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규제가 완화되거나 폐지될 경우 재정적 부담이 더 높아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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