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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영원한 시장으로 시민 지켜주실 것"…故박원순 영결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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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 100여명만 참석…유튜브에서 생중계

딸 박다인씨 "아버지에게 시민은 '지켜내야 하는 것'"

뉴스1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운구행렬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리는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0.7.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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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박정양 기자,정지형 기자,최현만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가는 길을 추모하는 영결식이 닷새간 장례의 마지막 날인 13일 오전 8시30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박 전 시장의 영결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유가족과 장례위원회 위원장단 등 100여명만 참석하고 실황은 서울시·TBS교통방송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온라인 영결식' 형태로 치러졌다.

영결식 현장은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 등이 지켰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김태년 원내대표와 남인순 의원 등 정치권 인사도 다수 참석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도 자리했다.

부인 강난희 여사와 아들 주신씨, 딸 다인 양을 비롯한 유가족들도 자리를 지켰다.

영결식 시작 전부터 현장에는 비통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유가족은 "오빠"라고 반복해 부르며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오열했다. 다른 참석자들의 얼굴에도 비통함이 묻어났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식 선언으로 시작된 영결식은 Δ국기에 대한 경례 Δ고인에 대한 묵념 Δ추모영상 상영 Δ서울시립교향악단이 추모곡 바흐 'G선상의 아리아' 연주 Δ위원장단 조사·헌화 Δ유족 대표 인사말 등 순서로 진행됐다.

추모영상에는 1956년 경남 창녕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고학 끝에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민주화 운동 참여로 제적되는 등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던 고인의 삶이 담겼다. 사법고시에 합격했지만 1년 만에 검사직을 그만두고 인권변호사로, 시민사회운동가로, 행정가로 끊임없이 변신한 박 전 시장의 일대기가 녹아 있었다.

박 시장은 추모영상에서 '가진 것을 버리는데 헌신하고 현장에 머무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사람' '늘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 '시민으로 태어나 시민으로 잠든 사람' 등으로 묘사됐다.

특히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시장이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집회할 수 있도록 국민을 지키겠다"고 말한 육성과 마지막으로 고인이 남긴 유언장이 공개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는 사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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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을 실은 운구차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나와 서울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2020.7.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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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추모곡으로 연주했다. 고 의원은 "오늘 바깥에는 빗줄기가 무척 거세게 내리고 있다. 많은 분의 마음도 비슷하리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 음악과 함께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의 조사 낭독이 이어졌다. 박 전 시장이 시민사회운동가로 활동할 때부터 인연을 맺어 최근까지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부터 입을 열었다.

백 교수는 "이렇게 갑작스레 떠났으니 비통함을 넘어 솔직히 어이가 없다"며 "박원순 당신의 장례위원장 노릇을 할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애도와 추모의 시간이다"며 "한 인간의 죽음은 아무리 평범하고 비천한 사람의 죽음일지라도 애도받을 일이지만, 수많은 서울시민들과 이땅의 국민, 해외의 다수 인사까지 당신의 죽음에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었고 특별한 공덕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제 친구 박원순은 저와 함께 40년을 같이 살아왔다"며 "그와 함께 부동산 대책을 이야기했던 게 (사망)하루 전날이었다. 제가 장례위원장으로 여기 있다는 게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변호사에서 시민운동가,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고인이 걸어온 길과 해낸 일이 너무나 크다"며 "그 열정만큼이나 순수하고 부끄러움 많았던 사람이기에 그 마지막 길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 남은 일은 뒷사람에게 맡기고 편히 영면하시길. 나의 오랜 친구 박원순, 한평생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의 죽음으로 서울시장직을 권한대행하게 된 서정협 행정1부시장은 "(박 시장님은) 서울시 공무원이 하나 되어 '시민이 시장' '사람존중도시'라는 서울시정 대전제 속에서 고통 받는 이들의 삶을 회복하고자 했다"면서 "모두의 안녕(安寧)을 위해 앞으로 계속 전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고인의 딸인 다인씨는 유족을 대표해 영결식 참석자들과 추모의 뜻을 밝힌 국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인씨는 "아버지가 처음 시장이 된 때가 기억이 난다. 시민이라는 말이 생소하던 당시 시민운동가였던 아버지는 그렇게 피하고 피하던 정치에 몸담게 됐다"며 "아버지에게 시민과 시민의 삶은 꼭 지켜내야만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영원한 시장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제껏 그랬듯 (시민을) 지켜주시리라 믿는다"며 "모두의 꿈, 한명 한명의 꿈이 존중받고 실현되는 더 좋은 특별시,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시길(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전 시장의 운구차량은 이후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했다. 화장 이후 유해인 고인의 고향인 창녕의 선영에 묻힐 예정이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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