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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타고 약 7년만에 인정된 '신의칙'··· 확대 적용엔 의견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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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쌍용차 통상임금訴 승소]

기업경영 어려움 감안한 결정 풀이

한계기업 수준 경영실적 영향 있어

신의칙 기준 전원합의체서 제시했던

2013년 이후 소송은 적용 어렵단 의견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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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노동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잇따라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앞으로 산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이 판단 근거로 삼은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다. 대법원은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봤다. 민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신의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즉 신의칙이라는 대전제 아래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할 위험이 있다면 통상임금 기준으로 재산정한 수당과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판결을 유사 사건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전원합의체 판례가 살아 있고 비슷한 시기의 다른 판결과 비교하면 경영이 어려운 일부 한계기업에 대해서만 신의칙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판결이 나온 사례가 대법원이 신의칙의 적용 기준을 제시한 지난 2013년 이전이라 신의칙을 신중히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13일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가 쌍용자동차와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각각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 내용을 보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임금·퇴직금을 못 받은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면 회사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봤다. 한국지엠의 경우 당시 정기상여금이 월 통상임금의 700%라 사측이 부담해야 할 돈이 임금협상 당시의 노사 교섭의 자료가 됐던 법정수당보다 현저히 많았다. 반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누적 당기순손실이 8,000억원을 웃돌 정도로 경영상태는 안 좋았다. 쌍용차 역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사측에 2010~2012년까지 매년 약 2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2015년까지 매년 큰 폭으로 적자를 낼 정도로 경영사정은 어려웠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기업들의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임금을 청구한 기준 시점이 과거라 해도 사측은 당장 수당을 줘야 한다”며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재 경향을 고려한 듯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판결의 대상인 한국지엠과 쌍용자동차 모두 한계기업 수준으로 10여년간 경영난을 겪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신의칙 문제가 다시 임금 소송의 쟁점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비슷한 시기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온 두산중공업의 경우 대법원에서 신의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의칙을 받아들인 것도 일부 대법관의 의견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덕 노동법률원 새날 변호사는 “한국지엠과 쌍용차 사례는 전원합의체가 판례를 제시했던 2013년 이전의 임금을 청구한 것이라 결이 다소 다르다”며 “2013년 이후 임금 청구소송에서는 신의칙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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