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 개발하며 수도권 집값 잡는다고?
국가균형발전·공공주택 확대 정책이 ‘부동산 안정’ 정공법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 집중적인 개발과 투자가 서울 집값 폭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2020년 4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현장. 한겨레 김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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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의 직접 원인으로 최근 3천조원을 돌파한 시중 유동자금과 초유의 저금리(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 0.5%) 상황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수도권 주택 가격의 만성적인 불안은 2019년 12월 대한민국 전체의 50%를 돌파한 수도권의 과다하고 과밀한 인구에서 비롯한다.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국토 면적의 0.6%인 서울에 18.8%의 인구가 살다보니 수도권의 주택은 언제나 부족하고, 가격도 높고, 가격 상승 폭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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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서 서울 아파트 가격 52% 급등
무엇보다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주택이 부족한 곳이다. 국토교통부의 ‘2020년 주택업무편람’을 보면, 2018년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평균 104.2%인데, 서울은 95.9%에 그친다. 가장 낮을뿐더러 유일하게 100%에 못 미친다. 그다음 주택보급률이 낮은 지역은 경기(101.0%)와 인천(101.2%)이다. 모두 수도권이다. 수도권 주택보급률이 낮은 이유는 집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수도권에 계속 전국의 인구와 가구가 몰리기 때문이다.
사람이 몰릴수록 수도권 집값은 올라가고 결국 금싸라기가 됐다. KB국민은행의 2020년 6월 ‘월간KB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평균은 9억2500만원으로 지방 5대 광역시 평균인 2억9400만원의 3.2배였다. 5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아파트의 평균가격(1억7900만원)의 5.2배에 이르렀다. 단독주택 등을 포함한 전체 주택의 평균 매매가도 서울(7억800만원)이 5대 광역시 평균(2억7천만원)의 2.6배, 그 밖의 지방 주택 평균(1억8900만원)의 3.7배에 이른다. 주택보다 아파트의 가격이 더 높고, 서울과 지방 사이의 가격 차이도 주택보다 아파트가 더 컸다. 다시 말하면 전국 주택 가운데 ‘서울’의 ‘아파트’가 가장 값이 비싸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는 가격 변동이 크다. 6월2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컸다고 밝혔다. 아파트 중위가격을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전국 아파트 가격은 평균 20%(6200만원) 올랐는데, 서울 아파트 가격은 52%(3억1400만원) 올랐다. 이에 비해 박근혜 정부에선 전국 27%, 서울 29% 올랐고, 이명박 정부에선 상승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전국 6%, 서울 –3%였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서울 사람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줬다. 지난 3년 동안 서울의 부동산 불로소득이 490조원에 이른다. 서울에서 집값 상승을 막으려면 수도권 개발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14년 이후 서울과 수도권 집값의 급격한 상승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중단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평가한다. 예를 들어 2010~2013년 지방 5대 광역시의 아파트 매매가는 최대 20.3%(2011년), 8대 광역시는 최대 18.6%(2011년)까지 급등했지만 서울은 4.5%(2012년), 수도권은 3.9%(2012년) 떨어졌다. 당시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이 활발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서울과 강남 부동산 불패의 원인은 역대 정부의 불균형 발전 정책에 있다.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과 전국의 균형발전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것을 통합적으로 보고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중단된 결과는 인구와 생산 측면에서 잘 나타난다.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45년 해방 이후 계속 늘어나다가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과 이전이 한창이던 2011~2012년과 2013~2015년에 각각 49.3%, 49.4%로 정체했다. 그러나 세종시, 혁신도시 이전이 사실상 마무리된 2016년부터 다시 수도권 인구 비중이 늘어나다가 2019년 전체 인구의 50%를 돌파했다. 지역내총생산 중 수도권의 비율도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49.3%로 정점을 찍은 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48.2%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2017년 결국 50%를 넘어섰다.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한 중장기 정책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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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에선 수도권 인구 줄었는데…
2017년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수도권 집중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국내외 경기침체나 수도권 집값 상승 등을 이유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고 수도권을 더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수도권 집중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대표 사례로는 2018년 12월 발표한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들 수 있다. 경기도 남양주 왕숙 등 5개 신도시와 26개 중소 택지에 주택 30만 채를 공급하고, 이들 지역에 GTX 등 5개 광역철도 254㎞를 공급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3기 신도시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 건설은 수도권 집중 완화와 균형발전 정책의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아주 나쁜 신호였다”고 평가했다. 2019년 2월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용지를 충남 천안, 충북 청주, 경북 구미 등 지방 도시를 제쳐두고 수도권 공장 총량제까지 풀어서 경기도 용인에 허용한 것도 마찬가지다.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공공기관 이전도 미루고 있다. 2018년 9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2019년 5월 윤호중 사무총장, 2020년 4월 이해찬 대표는 122~350개로 추산되는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월 새해 기자회견에서 “새롭게 생겨난 공공기관 이전 등은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하겠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국토연구원의 공공기관 1차 이전에 대한 평가를 대통령에게 곧 보고할 계획이다.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광주대 교수)은 “법률상 지방 이전 대상인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을 하루빨리 풀어줘야 한다. 수도권에 대한 과도한 압력을 빼야 서울 집값도 안정되고, 지방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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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도 안 하면서
심지어 2019년 9월 청와대는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국회 분원의 세종시 설치를 적극 추진하던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자산관리학)는 “제2국회나 제2청와대, 미이전 행정부 등을 세종시로 빨리 옮겨야 한다. 이런 기관들은 상징성이 커서 수도권에 쏠려 있는 국민의 심리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대학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도시계획학)는 “최근 지방에서 서울로 이주하는 인구의 70%가 20대다. 지방 청년들은 대학 진학 때 1차, 대학 졸업 뒤 2차로 서울에 몰려든다. 이들 역시 서울 임대료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의 지방 탈출을 막으려면 교육, 취업, 생활이 가능한 매력적인 공간으로 지방을 탈바꿈해야 한다는 게 마 교수의 제안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지방으로 옮기거나 지방에 좋은 대학들을 키워야 한다. 또 졸업 뒤에도 지방에 남을 수 있게 공기업의 지방 인재 채용 할당제를 확대하고, 대학이 사기업과도 공동 작업을 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균형발전과 관련해 정부의 정책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 인구가 많고,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모두 과거 정부가 쓴 정책의 결과다. 현안인 부동산 가격은 정부가 내리겠다는 생각으로 보유세율을 큰 폭으로 올리면 내려갈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계속 수도권 중심 정책을 쓸지, 균형발전 정책을 쓸지 판단해야 하는 시점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대한 지나친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제2국회와 제2청와대를 세종시에 마련하는 등 상징적 조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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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택 20%로 높여야”
균형발전과 함께 수도권 집값의 중장기 대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은 공공주택(장기공공임대주택) 확대다. 공공주택은 영구임대, 국민임대, 장기전세, 행복주택 등을 아우른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주택 2082만 채 가운데 148만 채(7.1%)가 공공주택이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은 5%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2018년 처음 7%대로 올라섰다. 정부는 2024년까지 공공주택을 225만 채까지 늘려 전체 주택의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리나라 공공주택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0위권 수준이다. 가장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로 38%이며, 그다음은 덴마크(21%), 오스트리아(20%), 영국(17%), 프랑스(14%) 순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팀장은 “현재 정부가 전체 주택에서 공공주택 비율을 10% 정도로 계획하는데, 2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공공주택이 충분하면 매매로 쏠리는 수요를 줄이고, 집값이나 임대료 급등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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