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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특감반원 아이폰 푸는데 넉달···박원순 '수사유출 비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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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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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경로가 오리무중에 빠진 가운데 수사기관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되고, 경찰은 검찰의 수사 지휘 아래 박 시장의 휴대전화를 열기로 한 것이다.



청와대‧경찰‧고소인, 엇갈린 주장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것을 알게 되면서 극단적 선택에까지 이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높은 가운데 피소 사실을 파악한 관계 기관은 모두 “알려 준 적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경찰은 “청와대에는 보고했으나 서울시나 박 시장에게 알린 적은 없다”고, 청와대는 “(박 시장에게)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서울시는 “피소 사실을 아예 몰랐다”고 각각 밝힌 것이다.

반면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은 수사기관에 기밀 유지를 당부했는데도 박 시장 측에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고 폭로했다.

A씨 변호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박 시장)에게 (경찰의)수사 상황이 전달됐다”고 했고,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담당 수사관에게 기밀을 유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입 모아 ‘공무상 비밀누설’지적



법조계에서는 사실관계만 확정된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을 적용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이 청와대에 주요 사안을 보고하는 것 자체는 합법이지만, ▶보고라인이 아닌 사람이 보고를 받았거나 ▶청와대 혹은 경찰에서 고 박 시장 측으로 관련 정보를 흘린 경우에는 ‘공무상 비밀누설’이 넉넉히 적용된다는 것이다.

야당인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수사 상황 유출이) 사실이라면 공무상비밀누설뿐 아니라 범죄를 덮기 위한 증거인멸교사 등 형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기아차 엔진결함 은폐 의혹과 관련해 내부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검찰 수사관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지난 8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사건도 언급된다.



유출 의혹 ‘진실’, 수사로 열릴까



사실관계 규명 방법은 ▶고발 ▶변사사건 지휘 ▶인지로 나뉜다. 현 상황에서는 고발이나 변사사건 지휘가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무리한 3선시장과 현 정권을 접점을 규명해야 하는데,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돌파가 중요한 인지 형태는 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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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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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열쇠는 ‘박 시장의 휴대폰’이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서울북부지검의 수사 지휘 아래 향후 박 시장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에 나설 방침이다.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니만큼 사망에 이른 경위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휴대전화는 신형 아이폰으로 비밀번호가 걸려 있다고 한다. 비밀번호 해제는 경찰청 분석팀이 맡기로 했다. 향후 포렌식 일정 등은 유족과 협의한다.

실제로 시민단체 활빈단도 14일 박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알렸다는 의혹을 받는 경찰과 청와대의 성명불상 관계자‘ 등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사실관계로만 보면 간단하지만 현 상황 특성상 관계인들은 전부 부인할 수 밖에 없다”며 “휴대폰 확보를 통한 카카오톡‧텔레그램 등을 확보하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스모킹건’은 ‘아이폰’



휴대폰이 열리면 통화 내역은 물론 텔레그램, 인터넷 검색기록, 문자메시지, 다이어리 일정, 다운로드 문서 내역 등을 통해 박 시장의 생전 행적이 고스란히 복원되게 된다. 다만 아이폰 최신형일수록 비밀번호 해제에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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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한 스마트폰 화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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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출신으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및 하명 수사’ 사건과 관련해 수사 받던 중 지난해 12월 극단적 선택을 한 검찰 수사관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데는 약 4개월이 걸렸다.

A수사관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아이폰X(10)로 6개 숫자를 이용한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만으로 구성할 경우 100만개, 영어 알파벳가지 포함되면 560억개가 넘는 경우의 수가 있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아이폰 잠금을 푼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군수업체 ‘셀레브라이트사’의 소프트웨어를 포함, 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잠금해제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수민‧나운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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