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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등 떠밀려 ‘박원순 의혹’ 뒷북 입장 낸 여가부·민주 女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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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인에 ‘2차 가해’ 심각한데도 그간 침묵

세계일보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화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침묵을 지켜오던 주무부처 여성가족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마침내 입장을 내놨다. 여가부는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 A씨에 대한 피해자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서울시의 성희롱 방지 조치를 점검하기로 했고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사과와 함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비판 여론에 등떠밀려 ‘뒷북 입장’을 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여가부는 14일 오후 입장문 형태의 보도자료를 내 “(이번 사건) 고소인이 겪고 있을 정신적 충격과 어려움에 공감하며 안전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피해자 보호 원칙 등에 따라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또 “현재 고소인은 인터넷상에서의 신분 노출 압박, 피해 상황에 대한 지나친 상세 묘사, 비방, 억측 등 ‘2차 피해’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은 즉각 중단돼야 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같이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가부는 서울시에 대해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서울시의 성희롱 방지 조치에 대한 점검을 할 계획”이라며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여가부에 이를 제출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여가부는 필요한 경우 국가기관의 성희롱 방지조치에 대한 현장점검을 할 수 있다. 여가부는 “서울시가 요청하면 ‘성희롱·성폭력 근절 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 전 시장이 잠적 후 숨진 채 발견된 지 5일째, 그의 장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다음날인 이날 나온 여가부의 입장은 A씨가 그동안 숱한 2차 가해에 시달려왔다는 점에서 뒤늦은 대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여성 문제에서 가장 앞장서야 할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침묵을 지킨 것을 두고 박 전 시장이 여권 인사라는 점에 눈치를 본 것 아니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여가부는 마찬가지로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 “피해 호소 여성이 느꼈을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비방, 모욕과 위협이 있었던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서울시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진상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위원회’를 꾸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14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당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나선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 연합뉴스


당 차원의 대응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차원의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또 당을 향해서는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을 포함, 당내의 모든 성비위 관련 긴급 일제 점검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과거 성 관련 문제에 앞장서서 비판 목소리를 냈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이번 일에 뒤늦게 입장을 낸 것을 두고 “등 떠밀려서 마지못해 한 일”이라거나 “선택적 분노”라는 등의 지적이 빗발친다.

앞서 A씨의 법률대리인과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A씨가 박 전 시장으로부터 4년 간 신체접촉과 음란사진 수신 등 각종 성추행에 시달려왔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8일 오후 박 전 시장을 경찰에 고소하고 밤샘 조사를 받았으며, 박 전 시장은 다음날 오전 관사를 떠나 잠적한 뒤 10일 자정쯤 서울 북악산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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